화물차주의 근로자성 및 정당한 쟁의행위를 인정한 판결

이진욱 2026. 4. 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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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이진욱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허가를 받은 운송회사다. 피고는 화물자동차를 구입하고 원고와 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에게 화물자동차를 명의신탁한 화물차주다. 피고는 지입차주로서 화물자동차를 운행하며 소외 SPC-GFS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에 매일 출근해 파리바게트 매장 등 SPC그룹 계열사 점포들에 빵·생지 등을 운송하는 업무를 고정적으로 수행했다.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해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지입료를 지불"(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다20069 판결 참조)하는 지입(持入)제도는 화물운송업계의 구조로 고착화돼 있다. 피고는 화물자동차를 운행하며 SPC-GFS에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원고와 지입계약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피고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조합원으로서 파업에 참여해 2021년 9월14일부터 2021년 10월31일까지 SPC-GFS의 빵·생지 등 운송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원고의 운송재개 및 업무복귀 지시에도 응하지 않았다. 원고는 화물차주인 피고가 "2.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의 운송을 거부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정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12조1항2호를 위반한 점 등을 이유로, 지입계약의 갱신을 거절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피고에게 보냈다. 원고는 피고와의 지입계약이 갱신거절로 종료됐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명의신탁한 화물자동차의 소유권이전등록절차를 인수하라고 청구했다. 이에 피고는 실제 노무제공관계를 살필 때 파업 참여는 원고가 아닌 SPC-GFS에 대한 운송거부인 점, 근로자로서 정당한 파업에 참여한 것이므로 운송을 거부함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점 등을 주장하며, 지입계약의 갱신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1심 판결(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4. 3. 27. 선고 2023가단12793 판결)은 피고가 운송사업자로서 사업자등록을 마쳤다는 점에서 근로자로서 파업권을 갖는 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피고가 원고의 운행지시를 거부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지입계약은 원고의 갱신거절로 종료됐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는데, 1심 판결에 불복해 피고가 항소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수원지방법원 2025. 6. 12. 선고 2024나65447 판결)은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법리(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를 토대로 볼 때, 피고가 SPC-GFS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근로자성 판단의 근거로 ① SPC-GFS가 피고 화물자동차에 SPC-GFS의 상호와 로고를 도색한 채로, 물류를 운송하도록 한 점, ② SPC-GFS가 직접 혹은 주관운수사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피고를 비롯한 화물차주들의 화물운송을 배차 및 관리·감독한 점, ③ 피고의 화물자동차에는 SPC-GFS의 화물인 빵·생지 등을 보관 유통하기에 적절한 냉동기가 설치돼 있고, 피고는 SPC-GFS가 요구하는 온도 기준을 준수하여 운송한 점, ④ 피고는 SPC-GFS의 빵·생지 등을 운반한 뒤 각 점포별로 보관하는 운반용기(PVC 상자, 쿨팩) 및 반품을 회수하는 작업을 수행한 점 등을 제시했다.

이어서 화물연대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SPC-GFS와 근로조건 개선안에 대한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 합의가 이행되지 않아 파업을 실시한 것이므로 피고가 참여한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판단했다. '피고가 2021. 9. 15.부터 2021. 10. 31.까지 운행을 거부하고 원고의 운송재개 및 업무복귀 지시에 응하지 않은 것은 소외 회사(SPC-GFS)에 대한 이 사건 파업에 참여하기 위해서'인데, "피고가 위와 같이 정당하게 파업에 참여하였음에도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이 사건 지입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갱신거절을 우려하는 지입차주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것으로서 헌법 33조1항의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화물차주인 피고에 대하여, 헌법 33조1항의 단체행동권 행사가 보장돼야 함을 명확히 판단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화물차주인 피고가 SPC-GFS를 상대로 한 파업에 참여한 것은 '화물의 운송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봤다. 따라서 피고가 화물자동차법 12조1항2호의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의 운송을 거부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원고가 지입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지입계약관계는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피고가 사업자등록을 한 점만을 이유로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한 1심 판결과 달리, 대상판결은 화물차주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을 중심에 두고 피고의 근로자성을 판단했다. 피고가 SPC-GFS에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관계를 중심에 두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으며, 피고에게 헌법 33조1항의 단체행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와 같은 화물차주들이 화물자동차를 운행해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자등록을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판단한 것이다.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계약 형식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하는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사업자등록을 했다는 형식적인 외관에 의해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오인되곤 한다. 대상판결의 피고 역시 대표적인 특수고용 노동자인 화물차주로서, SPC-GFS의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원고와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자등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화물운송업계의 구조로 고착화된 지입제도와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다.

지금도 다수의 회사들은 지입제도와 다단계 운송구조를 활용하여, 화물차주의 노무를 제공받으면서도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다. 대상판결은 노동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만든 중층적 화물 위탁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화물차주의 실제 근무 내용에 집중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실질판단의 원칙을 확인하면서 형식적 징표가 근로자성 부정의 근거가 되어선 안 된다고 한 대법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사건에서 전속성 있는 화물차주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두51460 판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두54869 판결)의 연장선상에 있는 판단이기도 하다.

대상판결은 화물차주가 파업에 참여해 화물운송을 거부하는 것은 지입계약의 종료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혀, 화물차주의 노동3권 보장에 있어서도 갖는 의미가 크다. 판결의 취지에 따를 때 단지 사업자등록을 했다는 점만을 이유로 들어, 화물차주는 노동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가 아니고 화물차주들의 파업은 정당하지 않다는 식의 주장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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