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삼성의 '가전 외주화'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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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공습이 전방위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가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생활가전 생산라인의 외주화를 추진한다.
그런 삼성이 일부 생산라인을 외부로 돌린다.
삼성의 외주화는 국내 협력업체를 활용하는 것인 만큼 국내 산업 생태계 안에서의 재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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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공습이 전방위적이다. 가전과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은 이미 전장(戰場)이 됐다. 배터리·전기차·조선·태양광도 밀려오고 있다. 이제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마저 안심할 수 없다. 하이얼은 미국 GE 가전을 인수했고, 메이디는 독일 산업용 로봇기업 쿠카를 삼켰다. 이들은 한때 기술력이 낮다고 무시당하던 기업이었다. '세계의 공장'은 어느새 '기술제조 강국'으로 도약했다. 국가 자본과 보조금을 등에 업고 질주한다. 저렴해서가 아니다. 잘 만들어서 위험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가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생활가전 생산라인의 외주화를 추진한다. 직접생산 방식을 협력업체(OEM/ODM) 생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1989년 설립돼 해외 가전 생산의 핵심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도 문을 닫기로 했다. 삼성은 1970년대 이후 냉장고·세탁기·TV를 직접 만들며 성장해왔다. 삼성에게 공장은 브랜드 정체성이자 기술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그런 삼성이 일부 생산라인을 외부로 돌린다. 삼성의 정체성이던 '공장 시대'가 저물고 있다.
삼성이 선택과 집중에 나선 직접적 이유는 '차이나 테크'의 강한 압박이다. 하이얼과 메이디, 하이센스 등은 더 이상 저가 브랜드가 아니다. 가격은 낮고 기술은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소비자가 삼성 제품과 중국 제품의 가격 차이에 비해 성능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시작하면 경쟁의 판이 달라진다. 삼성이 이들과 범용가전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면 이겨도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저마진 제조는 줄이고 반도체·고대역폭메모리(HBM)·AI·로봇·전장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후퇴가 아니라 '전선(戰線) 재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1980년대 이후 미국이 겪었던 산업 재편의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은 철강·자동차·소비재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대신 금융과 정보기술(IT), 플랫폼 산업에 집중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설계하고 지배하는 것'이 더 큰 부가가치를 낳는다는 판단이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미국도 결국 공장을 불러들이고 있다. 반도체법(CHIPS Act)과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정책이 그 증거다. 달러 패권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미국조차 제조업 없는 패권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셈이다.
한국은 미국과 처지가 다르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삼는 한국에서 제조업은 수출과 고용, 지역경제를 동시에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삼성의 외주화는 국내 협력업체를 활용하는 것인 만큼 국내 산업 생태계 안에서의 재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국내 생산기지 축소로 이어진다면, 협력사 연쇄 구조조정과 지역 제조거점 공동화라는 실물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삼성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다만 그 물결이 어디로 향하느냐는 기업 논리만 적용할 수 없는 문제다. 기업의 전선 재편이 산업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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