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맞서던 카니 총리…‘스트롱 캐나다 펀드’ 유치 나섰다

박민주 기자 2026. 4. 29.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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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28조 원 투입…항만·원전 등 인프라 투자
캐나다연기금, 대체투자로 최상위 수익률 냈지만
“부 없는데 어디서 국부펀드 조성하나” 비판
일반국민도 투자가능...총리가 전세계 투자자 만나기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P연합뉴스

관세정책으로 번번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마찰을 겪고 있는 캐나다 정부가 사상 최초로 국부 펀드를 출범시킨다. 정부 초기 자금에 국민 투자를 더해 국내 인프라 사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지만, 국부펀드 중 최상위권인 노르웨이 수준의 펀드 조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오타와 과학기술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 스트롱 펀드(Canada Strong Fund)’ 출범을 공개했다. 카니 총리는 스트롱 펀드가 민간 부문과 협력해 주요 국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으로 투자금을 조성하거나 정부 보증을 거쳐 민간 금융기관이 대출자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거론된다.

정부는 우선 3년간 초기 자금 250억 캐나다 달러(약 27조 원)를 투입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일반 국민들이 자유롭게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펀드는 독립된 기관에서 운용되며, 국민들은 뮤추얼 펀드나 연금 제도를 이용해 투자한 뒤 초기 투자 원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스트롱펀드는 캐나다 정부의 기금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금, 여러분의 기금이라는 점”이라며 “노르웨이처럼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이 같은 펀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그렇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스트롱 펀드는 캐나다 경제 증진을 확실하게 내세웠다. 캐나다 상품 수출의 약 70%가량이 미국으로 향하는 비대칭적 구조를 탈피하고 미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캐나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자 미국에 의존하던 인프라를 캐나다 자금으로 키우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스트롱 펀드는 송유관·항만·신규 원전·고속철도 노선 등 각종 주요 인프라 사업에 자금을 댈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재무부는 “스트롱 펀드는 경제 전반에 걸쳐 캐나다 국민에게 시장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카타르와 인도, 아랍에미리트(UAE)가 출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롱 펀드가 정착되면 높은 투명성과 독립성으로 연기금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캐나다 연금(CPP)과 함께 캐나다 연기금의 양대 축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캐나다 연금은 인프라·사모펀드(PE) 등 대체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10년간 연평균 10%대의 높은 수익률을 유지해왔다. 현재 CPP의 운용자산은 약 7800억 캐나다 달러(842조 원)로 전 세계 대형 연기금 10위권에 든다.

다만 숙제는 남아 있다. 카니 총리는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를 모범 사례로 꼽았지만, 노르웨이에 비해 스트롱펀드의 자금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북해 유전 석유·가스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정부연기금글로벌(GPEG)은 2조 달러(약 2947조 원) 규모로, 스트롱 펀드 초기 자금의 111배에 달한다.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르웨이는 정부의 모든 석유 수입을 정부가 관리하지만, 캐나다의 지하 천연자원은 주(州) 정부가 소유하며 석유 회사에 로열티를 부과하는 체제다. 중앙정부가 천연자원에서 확보할 만한 자금이 적다.

피에르 포이리에브르 캐나다 보수당 대표는 “국가가 국부 펀드를 운영하려면 부가 있어야 하는데 캐나다는 부채밖에 없다”면서 차입금 사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의 국가 프로젝트가 민간에서 투자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개발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와 법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속에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카니 총리도 직접 투자금을 유치한다. 카니 총리는 향후 10년 안에 1조 캐나다 달러(1082조 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 세계를 순방하고, 오는 9월에는 투자자·기업 임원 회의를 주최한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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