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위기’ 한전, 투자여력 한계 직면…BT방식으로 ‘공공성’ 확보

박흥순 2026. 4. 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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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건설 민간개방… 왜?

전력망 건설 민간개방… 왜?

2038년까지 설비 1.7배 확충
민간 PF 활용, 사업속도 기대

[대한경제=박흥순 기자]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시장의 민간 개방 움직임은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적·물리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도 과거 누적된 적자로 인해 자본금 대비 사채 발행 한도가 축소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여력이 극히 제한적이다.

오는 2038년까지 기존 설비의 1.7배가 넘는 전력망을 깔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전 단독 수행은 사실상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것이 국회와 정부의 판단이다.

사진:연합

가장 큰 쟁점이었던 경제성 측면에서는 민간 참여가 오히려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본을 활용할 경우 한전채 대비 6.9%의 추가 금융 비용이 발생하지만, 공사기간 단축으로 얻는 이익이 이를 웃돌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북당진-신탕정 선로 등 특정 핵심 선로 완공이 1년만 지연돼도 발생하는 발전제약비용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민간 전환시 1조원당 발생하는 추가 이자 비용(69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속도전이 곧 경제성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공공성 훼손과 민영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은 도로·철도 등 다른 SOC(사회기반시설) 사업보다 강한 보호 장치를 둔다.

민간이 운영권까지 갖는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나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과 달리, 이번에 적용하기로 한 BT(건설 후 양도) 방식은 준공 즉시 소유권과 운영권을 한전에 넘긴다.

특히 양수 의무 규정은 한전이 민간 설비를 반드시 인수하게 함으로써 사업 주체 간의 권리 관계와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한전이 30% 미만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모델도 검토한다. 지분율이 30% 미만이면 해당 법인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아 민간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한전이 주요 주주로서 공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해외 선진국들의 성공 사례도 민간 개방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영국은 지난 2009년 도입한 역외송전사업자(OFTO) 제도를 통해 해상풍력 송전망을 경쟁입찰에 부쳐 송전 비용을 15~25%가량 절감했다. 독일 역시 인센티브 규제제도(ARegV)를 바탕으로 민간사업자의 자발적 비용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운영권까지 부여하는 해외와 달리 BT 방식을 취하는 국내에서는 정산 기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제도의 안착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단지의 효율적 연결을 돕는다. 여러 발전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접속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SPC에 전기사업자 및 전원개발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개별 접속에 따른 중복 투자를 막고 지자체 협의 지연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전력망 민간 개방의 성패는 수십년간 전력망 사업을 이끌어온 한전의 현장 기술 전수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형수 의원(국민의힘)은 “이 일에 대한 전문성은 오랫동안 사업을 계속해온 한전이 가지고 있다”며 “민간기업이 현장에서 에러가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을 한전이 사전에 지도해 전체적으로 공기를 당길 수 있는 방안을 협력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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