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매뉴얼 습득과 업무 소통을 돕는 ‘내부연결’ 시스템

감성균 기자 2026. 4. 2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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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베이스×약사공론 1등약국 프로젝트] 김민수 약사
약국 표준화 시스템 7가지 - 3부

약사공론과 휴베이스가 함께한 '1등약국 프로젝트'가 2년여의 장대한 시즌 1을 마치고 시즌 2를 시작합니다. 이번 시즌은 더 이상 초급이 아닌, 현장을 지켜낸 약사들을 위한 연재입니다.

실제 경영의 고민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인사·노무·매출관리·재고최적화·고객관리·약국 브랜딩 등 실질적인 경영의 뼈대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휴베이스 현장 회원 약사들이 직접 필진으로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이론이 아닌 실제 약국에서 벌어지는 성공과 실패, 고민과 선택의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이제는 약국이 '조제 중심'이라는 틀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브랜드를 갖춘 약국,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갖춘 약국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약국 경영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믿음. 그 믿음을 함께 나눌 '1등약국 프로젝트 시즌 2', 현장의 약사들이 전하는, 진짜 경영의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김민수 약사. ( 고은약국 대표 약사 / 제주대학교 약학대학 외래 강사 (동물용의약품) / 약사 전문 유튜브 채널 「민수약사」 운영)

많은 분들이 표준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약국이 획일적이고 딱딱해지는 것을 먼저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다. 기록과 소통이 잘 되어 있는 약국일수록 고객은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경험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덜 불안하게 일한다. 누가 근무하더라도 예전 상담이 끊기지 않고, 설명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요청한 내용이 누락되지 않는 경험은 결국 고객에게 신뢰로 남는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표준화를 위해 정리한 매뉴얼을 실제로 약국 직원들이 활용하도록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오늘은 마지막 이야기로 고은약국에서 표준화 시스템 적용을 위해 활용했던 내부 연결 시스템 이야기를 정리하며 3부를 마쳐보려 한다.

시스템 6. 시각화된 매뉴얼 — 기준을 한눈에 익히게 만드는 방법

좋은 매뉴얼도 한눈에 이해되고 바로 익힐 수 있어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뉴얼의 내용뿐 아니라 전달하는 형식까지 함께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자세한 글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적용해보니, 내용이 좋아도 문서가 길고 빽빽하면 직원들은 보기 전부터 부담을 느꼈다. 그때 깨달은 것은 매뉴얼은 단지 정확한 문서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이해하고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진 : 김민수 약사 제공

그래서 텍스트 중심으로 정리했던 내용을 4컷 만화, 체크리스트, 단계별 도식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형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복약지도 전 최종 확인사항'처럼 반복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업무는 글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업무 흐름에 맞춰 순서대로 시각화해두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직원들은 매뉴얼을 어렵고 부담스러운 문서로 받아들이기보다, 더 흥미롭게 익혀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각화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직원들이 업무를 더 빠르고 분명하게 이해하고, 매뉴얼을 부담 없이 익히게 만드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내가 보아도 훨씬 눈에 잘 들어왔고, 직원들이 숙지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최근에는 AI 덕분에 이런 시각화 작업도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예전 같으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을 작업을 이제는 더 빠르게 정리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좋은 매뉴얼은 어려운 문서가 아니다. 한눈에 핵심이 들어오고, 누구나 비슷한 기준으로 익힐 수 있게 만드는 매뉴얼이다. 시각화된 매뉴얼은 그 기준이 문서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업무 속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가장 실용적인 방식이었다.

시스템 7. 업무 메신저 '잔디' — 실시간 소통으로 업무를 잇는 시스템

바쁜 약국에서는 서로 말을 붙일 틈도 부족하고, 설령 말로 전했더라도 흔적이 남지 않으니 금세 잊히거나 누락되기 쉽다. 고객의 특이 요청, 추가 확인이 필요한 업무, 다음 근무자에게 전달해야 할 사항들은 구두로만 넘기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약국 내부에는 즉시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기록이 남는 소통 채널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약국에서는 카카오톡 단체방이 그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카카오톡을 썼다. 익숙하고, 누구나 이미 쓰고 있으니 별도의 교육도 필요 없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문제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결국 개인 메신저다. 업무 메시지와 친구나 가족의 사적인 메시지가 한 공간 안에 뒤섞인다. 알림이 울려도 업무인지 사적 대화인지 열어봐야 안다. 이게 반복되면 직원들은 알림 자체를 무시하게 되고, 정작 중요한 업무 전달이 묻히는 일이 생겼다. 더 큰 문제는 보안이었다. 카카오톡 단체방은 직원이 퇴사해도 대화 내역이 개인 휴대폰에 그대로 남는다. 고객 정보, 내부 운영 방식 등이 퇴사자의 폰에 계속 존재하는 셈이다. 약국에서 오가는 정보에는 고객의 개인정보와 건강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업무 전용 메신저인 <잔디>로 전환했다. 잔디에서 오는 알림은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사적인 대화가 섞이지 않으니 열었을 때 바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직원들도 잔디 알림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내용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퇴사한 직원의 계정은 관리자가 비활성화하면 더 이상 업무 채널에 접근할 수 없어, 보안 문제도 해결되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직원 1인당 1대의 컴퓨터 사용 환경이었다. ATC와 연결된 공용 PC 등 별도 목적의 장비를 제외하고, 각 직원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PC가 한 대씩 갖춰져 있어야 언제든 즉시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잔디가 현장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겠다. 예를 들어 고객이 보온병을 두고 간 경우, 잔디를 통해 위치와 상황을 남겨두면 누구든지 확인하고 바로 전달할 수 있다.

공지 전달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공지사항을 전달하려면 직원들이 모두 모이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했지만, 실제 약국에서는 접수를 맡은 직원이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 전원이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았다. 파트 직원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전달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때 잔디를 활용하면 지역화폐 적립 요율 변경이나 명절 약국 영업시간 변경과 같은 내용도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아도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다.

결국 잔디는 구두 전달에 의존하던 업무를 기록 기반의 소통으로 바꾸어, 약국 업무 흐름이 안정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약국의 신뢰는 어느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같은 기준이 이어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표준화다. 결국 약국을 오래 신뢰받게 하는 힘은 더 잘 남겨진 기록과 더 정확하게 이어지는 소통에서 나온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