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OPEC+ 전격 탈퇴…‘사우디에 타격·미국의 승리’ 분석
사우디·UAE 마찰 커지는 와중 양국 경쟁 본격화
사우디 중심 OPEC 카르텔 타격받고 “트럼프에는 승리” 분석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사의 전경.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다음달 1일부로 OPEC과 OPEC+를 탈퇴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ned/20260429061134347xrgh.jpg)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다음달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 모임)를 탈퇴하겠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UAE 정부는 이날 국영 WAM 통신을 통해 탈퇴 결정을 알렸다. UAE 정부는 “이번 결정은 UAE의 장기 전략과 경제 비전, 국내 에너지 생산에 대한 투자 가속을 포함하는 에너지 구성의 변화를 반영한다”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미래 지향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 전했다.
UAE는 OPEC 탈퇴 뒤 원유를 증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OPEC과 OPEC+를 탈퇴함으로써 이들 그룹이 부과하는 (산유량) 의무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갖게 됐다”며 “사우디를 포함해 어떤 나라와도 탈퇴와 관련해 (사전에)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UAE 정부는 “탈퇴 이후에도 UAE는 계속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라며 “원유 시장의 수요와 여건에 맞게 점진적이고 신중한 방식으로 추가 (원유) 산유량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 유가를 사실상 좌우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오일 카르텔’ 질서를 거부한다는 뜻으로, 사우디 중심 체제가 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UAE와 사우디는 걸프 지역 내 ‘형제국’이지만 동시에 지역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여온 구도였다. 양국은 예멘과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등 이슬람 권역의 내전에서 서로 다른 진영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예멘에서 사우디가 UAE의 지원을 받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공습, 양국이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갔지만 UAE가 철수하면서 갈등이 봉합되기도 했다. 당시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었다.
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묘한 경쟁을 이어왔다. UAE는 걸프 지역의 투자·교역·관광 중심지인 두바이를 앞세워 오일파워 이상의 경제력을 강화했고, 사우디는 이를 모델로 한 탈(脫)석유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추진해왔다.
양국의 미묘한 경쟁은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적 압박과 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전쟁에서 UAE는 자국이 이란으로부터 폭격을 받는 와중에 파키스탄이 중재를 위해 이란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는데 반발, 파키스탄에 제공했던 35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기 연장을 논의중이던 중 갑자기 상환 요구를 받은 파키스탄이 곤혹스러워 할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사우디였다. 사우디는 파키스탄에 30억달러를 차관해주고, 기존해 대출했던 50억달러의 만기도 연장해줬다. 사우디와 파키스탄은 지난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UAE의 OPEC 탈퇴 결정에 이번 이란 전쟁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정치적 의미를 더 강조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걸프 산유국의 원유 수출이 장기간 차질을 빚어 국제 원유 시장이 재편되자, UAE는 이를 독립적인 에너지 정책을 실현할 기회라 봤다는 것이다. OPEC 가입국들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의 산유량 결정에 맞춰 생산량을 유지해야 했다.
UAE는 다른 걸프 산유국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푸자이라 수출항이 있어, 산유량을 늘리기만 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OPEC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 UAE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약 340만배럴이지만, 실제 산유 능력은 이보다 약 100만배럴 더 많다고 알려졌다.
12개 회원국 중 산유량이 세번째인 UAE의 탈퇴 결정으로, 사우디의 오일파워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OPEC은 이미 2019년 카타르가 독자노선을 선언하며 탈퇴한 바 있다.
사우디에는 ‘악재’가 될 UAE의 OPEC 탈퇴 결정이 미국에는 승리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OPEC이 “유가를 올려 전세계를 뜯어먹는다”고 맹비난해왔다. OPEC 중심의 가격 카르텔이 약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대로 저유가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UAE의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승리”라고 해석했다. UAE의 OPEC 탈퇴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 자국의 안보에 걸프 지역 내 주변 국가들보다 미국이 더 도움이 됐다는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모로 UAE가 대미 관계에서도 사우디와 다른 면모를 보일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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