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갈등, 일방주의 아닌 상호 존중 원칙으로 풀어야

북한 핵시설 대북정보 유출 논란, 쿠팡 사태 처리를 둘러싼 한·미 간 마찰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간 쌓였던 이견이 이들 사안을 계기로 표면화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동맹인 양국이 상호 존중하는 자세로 소통한다면 이렇게 질질 끌어야 할 이유도 없다.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들이 지난해 11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발생 이후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는데, 점점 도를 넘어서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는 쿠팡 사태 해결을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안보 협의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지만 국내법에 의거한 개인정보 유출 기업 조사와, 동맹의 미래와 직결된 안보 사안이 어떻게 연동될 문제인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이 지난 21일 주미 한국대사관에 “미국 기업인 쿠팡에 범정부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항의 서한을 보낸 것도 지나치다. 특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방미 기간 대럴 아이사·영 김 하원의원, 빌 해거티 상원의원 등을 만났는데, 이들은 경향신문 취재 결과 쿠팡 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사법 주권을 강조하기는커녕 쿠팡의 로비를 받은 의원들의 ‘우려’만 전하는 게 제1야당 대표가 할 일인가.
미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핵시설 소재지로 평북 구성을 거론했다는 구실로 이달 초부터 대북 위성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거부하고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앙금이 쌓인 영향도 있겠으나, 산적한 안보 현안 앞에서 ‘몽니’만 부리고 있을 때인가. 대북정보 공유를 조속히 정상화하고 한·미 안보 협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인도·베트남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상식·원칙에 따라 당면한 현안을 풀면서, 미래 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방 간이라도 일방주의 외교관계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한·미관계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주권 침해적 행태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원칙에 입각해 대처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이 어떤 요구도 들어줄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한·미 동맹의 근간은 신뢰다.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조율해 나간다면 갈등 현안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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