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와 여성정치[편집실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개인적 친분은 없다. 부장 시절 인터뷰를 한 번 했던 것이 전부다. 다만 기자에게 그는 2001년 7월의 어떤 사건으로 각인됐다.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의원이던 그는 한 한정식집에서 10여명의 의원과 만찬 뒤 모임 내용을 듣기 위해 대기하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선, 중앙 등 보수 언론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고 한다. 물론 해당 매체 기자들도 현장에 있었다.
추 의원은 탁자를 내리치며 조선일보에 칼럼을 쓴 이문열 소설가에 대해 “가당치도 않은 놈이”, “X 같은 조선일보에 글을 써서…”, “뭐, 국민의 4분의 1일이 조선일보를 봐.” 동아일보 기자를 향해서는 “동아일보가 내 말을 정확하게 인용하지 않는다”, “이 사주(김병관 명예회장) 같은 놈, 네가 정의감이 있느냐. 비겁한 놈”이라고 했다. 이 내용은 조선일보가 당시 상황을 보도하면서 알려졌고 파장은 컸다.
욕설은 과했지만, 솔직히 추 의원의 발언에 시원함을 느꼈다. 당시만 해도 이른바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보수 언론의 위세는 어마어마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조선일보를 교과서처럼 여겼고, 의원들은 공개 회의에서 아예 조선일보 사설을 읽었다. 김대중 정부와 당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조선일보 등의 부당한 보도나 감정적 비판에도 대놓고 반발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런데 재선 의원이었던 추 의원이 ‘X 같은 조선일보’라고 했으니,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는 민주당 계열이 발붙이기 어렵다는 대구가 고향이고, 판사 출신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당시로선 특권을 좇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다른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추 의원은 여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거치면서 큰 정치인이 됐다. 추미애 하면 강성 개혁 기조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기자 개인에게는 당시의 일이 우선 떠오른다.
추 의원이 6·3 지방선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당선된다면 헌정사상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 탄생한다. 이재명 정부의 높은 인기, 여당에 유리한 경기도 여론 지형, 지리멸렬한 국민의힘 상황 등을 종합하면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추 의원은 “지방자치 (도입) 이후 광역단체장 여성은 없었다고 들었다”며 “(당선되면) 유리천장을 뚫어내는 큰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는 유리천장을 뚫을 것이다.
그러나 추 의원 한 명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예컨대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 예비후보 수는 전체적으로 늘었지만, 경선을 통과한 여성 후보의 수는 절대 부족하다. 추미애의 성과와 별개로,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공고한 벽은 이번에도 확인됐다. 윤석열 내란 때 민주주의를 지켜낸 건 응원봉을 든 2030 여성들이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정치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용욱 편집장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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