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원천차단” 초정밀 수작업… K방산의 힘은 ‘무결점 공정’ [심층기획]
LIG D&A 김천·구미하우스 주목
직원들 정전기 방지용 신발 필수
성능 시험엔 최첨단 시스템 사용
빈틈없는 관리체계 신뢰도 높여
마찰열 막으려 동체 코르크 감싸
천궁 -Ⅰ수명 연장 공정도 이뤄져
수출 확대 대비 시설 확장 잰걸음

지난 15일 경북 김천시 소재 LIG D&A 김천하우스. 철저한 신원 조사를 거쳐서 공장 구역에 들어서자 높은 산기슭에 걸쳐 있는 생산 관련 시설들이 보였다. 약 61만㎡에 달하는 면적을 지닌 김천하우스 내 공장부지 규모는 약 16만5300㎡. 천궁 등 국산 유도무기를 주로 만든다.
LIG D&A 측은 폭발사고에 대비해 공장들 사이에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거대한 방벽들을 세웠다. 방벽 인근 도로에선 직원들이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상자들을 점검하며 바쁘게 움직였고, 대형 트레일러들이 시동을 켠 채 도로에서 대기했다. LIG D&A 관계자는 “공장에서 출고된 천궁 미사일을 포장·이송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천하우스 내 생산 관련 시설들 중 천궁 미사일을 만드는 곳으로 이동했다. 천궁은 미사일이 담긴 발사관들을 탑재한 발사차량,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소, 발전차량 등으로 구성된다. 항공기 요격용 천궁-Ⅰ과 탄도미사일 요격까지 가능한 천궁-Ⅱ로 구분된다.
표적 방향으로 발사대를 회전시킬 필요가 없어서 적 항공기나 미사일이 어떤 방향에서 날아와도 대응할 수 있으며 명중률도 높다.

LIG D&A 현장책임자는 “30년 이상 근무하신 분도 있고, 근속연수가 20년이 넘은 사람도 상당수”라며 “베테랑이 많아서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공정 간 성능 시험은 규격화된 성능측정장비(MATS)를 사용, 민감한 폭발물 구성품은 수동으로 점검하고 나머지는 자동으로 실시한다. LIG D&A 관계자는 “미사일 생산 현장에선 제조 공정의 무결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모든 공정은 설계와의 일치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는 이력 관리체계를 거친다. 이를 통해 유도무기의 독보적 신뢰성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작업장 한편에는 도장 작업을 앞둔 천궁-Ⅱ 실물이 있었다. 탄두부 외피는 음속의 4배로 비행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견디기 위해 세라믹으로 구성됐다. 날개는 티타늄으로 제작됐다. 중앙과 후방 동체는 금속이 아닌 코르크로 감쌌다. 미사일이 고속으로 비행할 때 발생하는 마찰열을 코르크가 막아서 미사일 내 전자장비를 보호한다. 미사일 탄두부에 있는 탐색기는 요격 작전 시 표적을 탐지하는 핵심 장비다. 미사일의 ‘눈’ 역할을 한다. 탐색기의 정상 작동 여부에 따라 요격의 성패가 결정된다. 탐색기 성능 점검을 위해 작업장에선 시험용 체임버를 운영 중이다. 체임버 내부에서 표적을 모사하는 신호를 보내면, 탐색기가 이를 제대로 추적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천궁-Ⅰ 작업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업장에선 오래된 미사일의 수명 연장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쪽에는 미사일 탐색기와 모터 등의 구성품들이 분리된 채 놓여 있었다. 이곳에선 제작된 지 10년이 지난 미사일을 분해·점검한다. 구성품 단위로 분해 후 제작사로 보내면, 해당 업체는 정비 후 되돌려보낸다. 이후 작업장에서 구성품들을 재조립하고 도장을 한다.
◆천궁의 ‘두뇌’ 교전통제소도 제작
LIG D&A 김천하우스가 천궁의 ‘주먹’인 미사일을 만든다면, 구미하우스에선 ‘두뇌’에 해당하는 작전·교전통제소를 제작한다. 43만㎡에 달하는 면적을 지닌 구미하우스는 천궁-Ⅱ 관련 장비와 유도무기, 어뢰 등을 만든다.
천궁 포대 단위에서 쓰는 교전통제소는 천궁의 다기능 레이더(한화시스템 제작)가 탐지한 표적 정보를 분석해 위협 정도를 판단하고, 최적의 교전 시점과 방법을 선택해 발사차량(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작)에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리는 종합 통제 기능을 수행한다. 대대급인 작전통제소는 상급 부대와 탄도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고, 포대 내 교전통제소와 협력해 방공작전을 실시한다. 차량에 탑재된 이동식 컨테이너 형태로 설계되어 신속한 전개가 가능하다.
구미하우스 내 천궁 작업장에서는 천궁-Ⅰ 교전통제소를 천궁-Ⅱ 사양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군 당국은 항공기 요격 위주의 천궁-Ⅰ을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천궁-Ⅱ로 개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개조 중인 교전통제소 내부엔 다기능 레이더와 발사대를 조작하는 콘솔 3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콘솔 뒤쪽엔 광통신변환장비와 이더넷 장비, 무전기를 비롯한 네트워크 장비가 다수 배치됐다.
구미하우스에서 기자와 동행한 LIG D&A 현장책임자는 “교전통제소는 메시지가 원활히 왕래하는 것이 중요해서 통신계통 장비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LIG D&A는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사우디에 천궁-Ⅱ를 수출했고, 말레이시아에는 해궁 함대공미사일을 판매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LIG D&A는 시설 확장과 미래사업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구미하우스 인근 부지 4만700㎡를 매입하고 2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3월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에 탑재되어 적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함대공미사일-Ⅱ 미사일 조립·점검장을 준공했다. 지난해 5월엔 김천시와 203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21만㎡ 부지에 공장을 짓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같은 투자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과의 협력과 방위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수출 성과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K방산의 강점인 납기 준수·품질 유지를 위해선 생산 효율화와 공급망 관리 등이 매우 중요하다. LIG D&A는 이란 전쟁을 계기로 천궁-Ⅱ의 수출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 자동화 설비 도입과 전용 생산시설 증설, 전문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부품과 관련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해선 핵심기술 이외의 공정에 대한 전략적 외주, 협력업체와의 협업 등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은 공급선 다변화와 더불어 국산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실시간 공급망 모니터링을 실시, 생산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LIG D&A는 이란 전쟁으로 천궁-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활용, 세계 시장에서 천궁-Ⅱ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LIG D&A 관계자는 “외신 보도 등을 통해 전쟁 전보다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천궁-Ⅱ를 포함한 통합방공망 수출과 관련, 중동 3개국(UAE, 사우디, 이라크)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천·구미=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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