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라도 사야 하나" vs "집 팔고 주식 간다"…갈라지는 서울 부동산

김태현 기자 2026. 4. 2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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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는 중저가로 몰리고, 자산가는 금융시장으로 눈 돌려…대출 규제와 세금 압박이 만든 '이중 시장'

[우먼센스] 서울 아파트 시장에 이례적인 양극화가 펼쳐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전 재산에 대출까지 끌어모아 10억원 안팎 아파트를 잡으려는 신혼부부가 줄을 서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십억원대 강남권 아파트를 처분하고 주식·ETF로 자산을 옮기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같은 서울 부동산을 두고, 같은 시점에 자금이 정반대로 흐르는 현상이 보인다. 대출 규제와 세제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빚어진 분열이라는 평가다.

사진=Gemini 생성

올해 결혼 2년 차인 구 아무개(35) 씨 부부의 고민은 단순하다. 서울에 계속 살 수 있느냐, 없느냐다. 맞벌이로 모은 현금 4억원에 주담대 한도 6억원을 합치면 총 예산은 10억원 남짓이다. 강남이나 마용성은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다. 동대문구 일대 구축 아파트를 눈여겨 보고 있다. 

구 씨는 "작년 말까지 전세로 버티려 했는데, 토허제 여파로 괜찮은 매물이 증발했다. 월세도 단가가 뛴 데다 물량이 줄어 선택지가 없었다. 2년마다 오를 임대료에 불안해하느니 무리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구 씨 부부 같은 수요자는 올해 부쩍 늘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기준, 올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7000여 건 가운데 약 80%가 15억원 이하 물건이었다. 이 비중은 전년 동기(약 69%)와 비교하면 12%포인트 가까이 뛴 수치다.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노원구로, 강남·서초를 합산한 것보다 한 자치구의 거래량이 더 많았다. 그 뒤를 성북구, 구로구, 강서구, 동대문구가 이었다.

14억원대 후반, 이른바 '15억원 턱밑'에서 체결되는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작년 10월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14억 9000만~14억9999만 원 구간의 거래는 260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2건)보다 3.6배 늘었다. 대출 최대 한도를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15억 원 바로 아래까지 시세가 쫓아가는 '키 맞추기' 현상이 서울 곳곳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대출이 수요를 밀어 넣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 현상의 본질을 '필수재 논리'로 설명한다. 김 소장은 "신혼부부가 집을 사는 건 투기심이 아니라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서울 연간 혼인 건수가 5만 쌍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2025년 10월 15일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으로 확대하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집주인들이 전세를 거둬들이면서 임차 매물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가구 분화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그 수요를 받아줄 임대 공급은 사라지고 있는 구조다.

사진=Gemini 생성

김 소장은 "월세도 마찬가지다. 입주 물량이 줄면서 매물이 희소해졌고 가격은 올랐다. 앞으로 월세가 더 올라갈 것 같으니 차라리 대출받아 사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돈이 많지 않으니 갈 수 있는 곳이 10억 원대밖에 없다. 정해진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대출 규제가 중저가 쏠림을 구조적으로 고착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주담대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여 있으니 10억 원~15억 원 구간에서만 레버리지가 작동한다. 15억 원을 넘는 순간 대출 한도가 4억 원으로 급감하고, 25억 원을 넘으면 2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런 구조에서 특정 가격대에만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10억 원 이하 부동산 상승장에 지금 집을 사는 사람이 고점에 올라타는 마지막 승객이 될 것이라는 하락 전망론, 이른바 '막차론'도 나오고 있다. 막차론에 대해서 김 소장은 일축했다. 김 소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뛰었다고 무조건 막차라고 할 수 있나. 실적이 뒷받침되고 수급 구조가 유지되면 더 올라갈 수도 있는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떨어져야 한다'는 당위만 있지, 왜 떨어지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정부 정책의 모순도 지적했다. "부동산을 잡겠다면서 추경으로 유동성을 풀었다. 그 돈으로 3기 신도시 공급을 앞당기거나 공공임대를 짓는 데 썼으면 신혼부부에게라도 희망을 줄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전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세집을 공급하는 다주택자가 필요한데, 지금 정부는 오히려 다주택자를 옥죄고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를 다시 활성화하는 건 현 정부 기조상 불가능에 가깝다."

강남 아파트 팔고 주식 계좌 여는 사람들

서울의 또 다른 축에서는 정반대 움직임이 포착된다. 송파구 아파트를 보유 중인 이 아무개 씨는  요즘 아내에게 '아파트를 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을 팔고 미국 주식, 한국 주식 등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Gemini 생성

이 씨 아파트 시세는 약 25억 원이다. 그는 "보유세 인상,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같은 카드가 아직 남아 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보유세 개편 논의가 시작되면 고가 1주택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5억을 부동산에 묶어 둘 이유가 점점 줄고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가 더 결정적으로 마음이 기운 건 주식 시장 때문이다. 코스피가 5000을 넘긴 뒤 한 달 만에 6000을 돌파하는 걸 지켜보면서, 같은 자금을 부동산에 묶는 것보다 금융시장에서 돌리는 게 효율적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특히 미국 주식 연평균 수익률과 서울 구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비교해봤을 때, 그는 이재명 정부 시기에 국내 아파트가 수익률을 이기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씨는 "주변에 부동산으로 돈을 번 친구들이 셋 있는데 셋 중에 아직 안 판건 나 혼자다. 나도 곧 팔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거시 데이터도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 하나금융연구소 '2026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 중 43%가 "부동산보다 금융투자 수익성이 높다"고 답했다. ETF 투자 확대 의향은 1년 새 29%에서 48%로 급증한 반면, 부동산 매입 의향은 43%에서 37%로 줄었다.

강남권 매물 적체도 이 흐름을 반영한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발표 이후 송파구 매물은 52%가량 폭증했고, 서초·강남도 각각 30%, 23% 늘었다. 일부 고가 단지에서는 호가를 매주 5000만~1억원씩 낮추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양도세 유예가 종료되는 5월 9일이 다가오면서 매물이 점점 사라지고, '세금 내느니 안 팔고 그냥 들고 간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머니무브? 한 방향만 보면 틀린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자산 이동이 일방통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해 보면 주식 매각 대금으로 집을 매수한 금액이 약 2조 6000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가는 돈을 소위 '머니무브'라고 부각하지만, 주식에서 수익을 올린 뒤 다시 부동산으로 넣는 역류 자금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사진=Gemini 생성

그는 중저가 쏠림이 건전한 수요라기보다 규제가 만든 왜곡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15억 원인 상황에서 10억원 이하를 산다는 건 평균 이하를 고르는 것이다. 대출이 그 구간에서만 원활하게 나오니까 수요가 인위적으로 쏠리는 것이지, 해당 가격대 아파트의 체력이 갑자기 좋아진 건 아니다.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 역세권인지, 대단지인지, 재건축 등 미래 가치가 있는지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특히 심각하게 보는 건 '임대 위기'다. 이상우 대표는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를 압박하니까 다들 '됐어, 다주택자 안 해' 하고 팔았다. 그 돈으로 좋은 집 한 채에 살면서 나머지는 주식에 넣었다.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임대 공급이 멈춘다. 전세, 월세 증발이 무서워서 10억 원 이하라도 잡고 서울에 자리를 깔겠다는 것이 지금 매수 열기의 본질이다"라고 설명했다. 

강남 고가 시장의 향방에 대해서도 전망을 내놨다. "5월 9일 이후 82.5% 중과세를 감수하고 팔 사람은 거의 없다.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대폭 올려서 '팔리면 팔고 말면 말고' 식으로 나올 것이다. 거래는 얼어붙되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양도세 부담으로 팔았던 자산가들이 주식으로 돈을 더 불린 뒤 다시 상급지 부동산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대표는 "결국 좋은 동네는 더 비싸지는 구조를 피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책이 가른 두 개의 시장

결국 서울 부동산은 정부 정책이 만든 이중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아래쪽에서는 대출 한도가 유일한 지렛대로 기능하며 10억 원~15억원 구간에 수요를 밀어 넣고, 위쪽에서는 세금 불확실성이 자산가의 이탈을 부추긴다. 한쪽은 '살 수밖에 없어서' 사고, 다른 한쪽은 '갖고 있을 이유가 줄어서' 판다. 동기는 정반대이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현상의 양면이다.

사진=Gemini 생성

김인만 소장은 "진단이 틀리면 처방도 틀린다. 정책은 강남만 바라보지만 실제 에너지는 10억 원~15억원 구간에서 터지고 있다. 공급 확대나 임대 시장 정상화 없이는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신혼부부를 향해서는 "필수재인 이상 필요하면 사는 게 맞다. 다만 정부를 맹목적으로 믿고 기다리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이상우 대표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눌려 있는 시장에서 규제가 하나라도 풀리면 해당 구간은 폭발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작년 토지허가제 한 달 해제 때 모두가 목격했다. 아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사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 가격대에서 미래가 있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떠밀려 사지 말고, 냉정하게 골라야 한다."

신혼부부 구 씨는 이번 주말 임장을 또 나간다. 올해 이사를 마치겠다는 각오다. 송파구 이 씨는 부동산 매각 시점을 재고 있다. 같은 서울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의 선택이, 2026년 부동산 시장의 축소판이다. 다만 한 가지, 두 전문가의 진단은 묘하게 겹쳤다. 지금 눌려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어디론가 방향성을 정할 것이라는 결론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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