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망사용료 또 때린 美…"국회 견제·통상 압박 카드 쓰려는 듯"

김민수 기자 2026. 4. 2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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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 X서 "터무니없는 무역장벽" 공개 비판
정부 "강제 규제 없어"…국회 법안 통과 우려 해석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2025.10.30 ⓒ 로이터=뉴스1
미국 무역대표부(USTR) 엑스(X) 계정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망 이용대가 논의를 "터무니없는 무역 장벽"이라고 공개 비판했지만,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미국 측 주장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망 이용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구글·넷플릭스 등 일부 대형 글로벌 CP는 같은 수준의 비용을 내지 않아 오히려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국내에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별도 규제가 없으며,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제도 역시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USTR이 보고서에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동원하며 강경한 목소리를 낸 배경에는 국회 입법 논의를 견제하고 나아가 한국 정부에 대한 통상 압력 등 또 다른 압박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무역장벽?…유튜브·넷플릭스 영업 제한 없어

USTR은 27일(현지시간) 엑스(X)에 "미국 수출업체들이 직면한 10개의 가장 터무니없는 무역 장벽" 중 하나로 한국의 망 이용대가를 거론했다. USTR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자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로 전송되는 인터넷 트래픽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한국만 예외"라고 주장했다.

망 이용대가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CP가 통신망 이용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어진 쟁점이다.

다만 통신업계에서는 USTR의 '무역장벽' 표현이 과도하다고 본다. 일부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서비스가 국내에서 차단되거나 제한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가 한국에서만 논의되는 규제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전 세계 거의 모든 CP가 망 트래픽 전송에 따른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CP든 해외 CP든 대부분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오히려 대가를 내지 않는 곳이 소수인 상황"이라고 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한국만 예외" 주장 논란…해외서도 유료 접속 사례

해외에서도 대형 CP와 통신사 간 망 접속·전송 비용을 둘러싼 계약과 분쟁은 이어져 왔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2014년 컴캐스트와 직접 접속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버라이즌, AT&T와도 유료 피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미국 주요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직접 연결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했다.

프랑스에서는 오랑주가 트래픽 불균형이 커질 경우 추가 접속 용량 제공에 비용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프랑스 당국은 2012년 코젠트와 프랑스텔레콤·오랑주 간 피어링 분쟁에서 오랑주의 추가 용량 과금 방식을 경쟁법 위반으로 보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메타 자회사와 도이치텔레콤 간 망 이용대가 분쟁이 법정까지 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법원은 지난 2월 메타 자회사가 도이치텔레콤의 피어링 포인트를 이용한 대가로 약 3000만 유로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통신업계는 이런 사례를 들어 "한국만 망 이용대가를 논의한다"는 USTR 주장이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쟁점은 미국 측이 주장하는 '차별'이 아니라 국내 기업이 겪는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제도화 논의는 협상력 불균형을 이용해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행위를 규율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26.4.16 ⓒ 뉴스1 김명섭 기자

정부 "강제 규제 없어"…美 압박은 입법 견제 성격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현재 국내에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별도 규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신사업자(ISP)와 CP가 자율계약으로 거래 조건을 정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망 이용대가는 정부 규제가 아니라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제공사업자 간 자율계약 구조"라며 "그 결과도 차별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에도 미국 기업이 아니라 그 어떤 기업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고 앞으로도 특정 국가 기업을 차별하는 제도를 운용하지도, 할 계획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USTR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마저 틀린 정보를 과장해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낸 배경에는 국회의 망 이용대가 관련 입법 논의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USTR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2026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도 2021년 이후 외국 CP가 한국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여러 건 발의됐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현재 규제보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STR의 공개 비판은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 통상 압박 흐름과도 맞물린다. 지난해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도 망 이용대가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USTR의 이번 언급은 기존 미국 기업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내용으로 보인다"며 "주장 자체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

<용어설명>

■ 피어링 포인트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또는 ISP끼리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망을 연결하는 접점. 트래픽이 많은 사업자는 품질 개선이나 전송 효율을 위해 특정 ISP와 직접 연결하거나, 필요에 따라 유료 계약을 맺기도 한다.

■ 망 이용대가
인터넷망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통신사업자(ISP)에 지급하는 망 접속·전송 관련 비용. 흔히 '망 사용료'라고도 부른다.

■ 망 중립성
통신사업자가 인터넷망에서 특정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단·차별하거나 속도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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