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우리의 거울 하나

차병직 변호사(법률신문 편집인) 2026. 4. 2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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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은 절대군주를 전제정치를 하는 군주라고 하여, 절대군주와 전제군주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설명한다.

절대군주는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전제정치를 할 수 있지만,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않으면 전제군주가 아닌 현군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마음대로 행사하면 전제적 행사가 된다.

상대적 권력도 권력자의 의도와 행사 방식에 따라 전제화할 수 있다는 것은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이 투사하는 주권자의 체감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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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은 절대군주를 전제정치를 하는 군주라고 하여, 절대군주와 전제군주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 절대군주는 모든 결정권을 가진 군주를, 전제군주는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행사하는 군주를 말한다. 절대군주는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전제정치를 할 수 있지만,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않으면 전제군주가 아닌 현군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전제군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절대권력을 제도적으로 없앤 것이 근대국가의 헌법이다. 국가권력을 나누어 배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제한된 권한을 행사하면서 그 자체로 다른 권한을 견제한다. 삼권분립의 원리다. 헌법상 국가기관의 힘은 권력이지만, 거기서 나오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힘은 권한이라고 표현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애당초 범위가 제한된 것이라는 의미다.

권한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다. 그러면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는 마음대로 권한을 행사해도 괜찮은가?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전통이나 정치적 관행 또는 다른 관계를 고려한 구체적 사정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그 제한은 강제가 아닌 자제로 실현된다. 자제하지 않으면 쉽게 무시할 수 있는 불확정적인 기준들이기는 하다.

분명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자기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 같은데 자의적 행위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권한을 철저히 하나도 남김없이 하는 식으로 행사하면 그렇게 보인다. 그럴 경우 경계에 부딪힌다. 신중한 권한의 행사는 소극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다른 권한과의 경계에서 협의와 타협을 시도한다. 공격적 권한의 행사는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불러일으키지만, 경계에서 멈출 수가 없다.

권한을 제한해 두어도 역설적으로 그 범위 내에서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그것을 마음대로 행사하면 전제적 행사가 된다. 정당한 범위 내의 권한이라도 마음대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헌법적 권력의 속성이다. 반대 의사를 포함한 전체 취지의 합목적성과 정의의 관념에 부합하는 권한의 행사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상대적 권력도 권력자의 의도와 행사 방식에 따라 전제화할 수 있다는 것은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이 투사하는 주권자의 체감 현상이다.

권한의 본질이나 속성에 대하여 새삼 이런저런 생각을 하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권력자는 가까운 동맹국의 대통령이다. 그의 언동이 활발해 보이는 것은 권한 행사을 최대한으로 하기 때문이지만, 경계를 무시하는 탓인지 폭주 기관차를 연상시킨다.

특정한 지위에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구조에 맞추는 인간의 행동에 실천이라는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의도가 분명하고 행위자의 행동이 옳거나 그른 공적 규범에 부합할 때 실천이라고 부른다. 대통령의 행동은 행정법적 용어로는 집행이 되겠지만, 철학적으로는 실천이다. 좌충우돌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의의 관념이나 합목적성 같은 추상적 개념의 기준은 권한의 현실적 한계이면서, 동시에 행동 근거가 되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사리에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타국의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 나라의 국민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하여 현대 민주국가 내의 전제정치처럼 보이는 기이한 현상이 목격된다. 이는 결코 특정한 관점을 일방적으로 강조해 만들어 낸 결론 모형이 아니다. 강력한 리더십과 합법적 전제정치의 구분을 어렵게 하는 현대 정치 현상의 하나다.

다른 나라의 정치인을 모델 삼아 그 행위를 실천적 측면에서 평가해 보는 일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의 거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병직 변호사(법률신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