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용 칼럼] 평화에 필요한 상상력

이인용 위원장(법무법인 율촌 가치성장위원회) 2026. 4. 2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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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함께 미국과 이란이 중동에서 강하게 충돌하면서, 전 세계로 전운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세계화로 전쟁의 여파는 더 이상 국경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전쟁을 억제해야 할 국제 기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구 저 건너 편에서 일어난 전쟁은 우리의 경제 기상도를 하루하루 바꿔 놓고 있지만, 안보 기상도는 더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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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함께 미국과 이란이 중동에서 강하게 충돌하면서, 전 세계로 전운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세계화로 전쟁의 여파는 더 이상 국경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전 세계 산업은 촘촘하게 짜인 글로벌 공급망 위에 서 있고, 전쟁은 이 공급망을 망가뜨려 세계 경제를 흔듭니다. 전쟁을 억제해야 할 국제 기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평화의 안전판으로 여겨졌던 '상호 의존'은 도리어 상대에 대한 무기가 돼 버린 것 같습니다. "내가 피해를 받는 그 이상으로 너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역(逆) 레버리지'가 전쟁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 같습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아테네가 작은 섬나라 멜로스를 침공하기 직전에 항복을 권유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겪어야 할 일을 겪는다." 멜로스는 항복을 거부했고, 아테네는 멜로스를 점령했습니다. 멜로스의 여성과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 나갔습니다. 이 멜로스의 대화는 '힘이 곧 정의'라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인류는 전쟁을 인간의 이성이 극복해야 할 상태로 규정하고, 법과 제도, 그리고,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평화를 설계하려고 했습니다.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와 다자협력체제는 그 결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국제 규범은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힘의 논리는 정글에서만 작동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곧 정글이었습니다. '국제 규범에 의한 평화로운 공동체'는 깨지기 쉬운 그릇이었습니다.
투키디데스 상.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저자이다. 위키미디어커먼스

이제 우리는 시선을 한반도로 옮깁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의 땅, 남쪽에서는 전후 폐허가 된 터전 위에 반도체와 IT, 조선과 방산, 원전의 나라인 경제 대국이 세워졌습니다. 전 세계 청년들이 열광하는 K 컬쳐, K 뷰티, K 푸드의 나라가 태어났습니다. 

반면 북쪽에서는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이름 아래 폭압적인 세습 왕조가 세워졌습니다. 민주와 자유는 실종됐고,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게 꿈"이었던 경제는 무너졌습니다. 남은 건 핵으로 무장한 군사력입니다. 지구 저 건너 편에서 일어난 전쟁은 우리의 경제 기상도를 하루하루 바꿔 놓고 있지만, 안보 기상도는 더 불안합니다. 북한도 그렇고,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셈법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겪어야 할 일을 겪는" 약자가 아닙니다. 반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강자도 아닙니다. 사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강자는 지구상에 몇 나라 없습니다. 동맹이 소중한 이유입니다. 우리의 동맹인 미국에게는 이란의 핵도 위험하지만, 북한의 핵도 목구멍에 걸린 가시와 같습니다. 그 가시를 제거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요? 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담보될 수 있을까요?

동맹은 분명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동맹의 진정한 힘은 서로에 대한 신뢰에서 나옵니다. 한반도 평화라는 다차원의 함수를 풀기 위해서는 신뢰에 더해 상상력이 요구됩니다. 

동맹의 가치를 두고 우리가 내부 정쟁을 벌이면 신뢰는 훼손되고, 상상력은 꺾입니다. 동맹의 신뢰 위에 날개를 펴야 할 상상력이 낡은 이념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감상적 민족주의가 동맹의 가치와 대립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인용 위원장(법무법인 율촌 가치성장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