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정경쟁방지법, 혁신의 싹 자르는 독(毒)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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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 대표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안경 브랜드 대표가 상품 형태 모방 혐의로 인신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조계와 산업계에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안겨 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 이른바 '상품 형태 모방 행위' 금지 조항에 대한 형사 처벌의 적절성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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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 대표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안경 브랜드 대표가 상품 형태 모방 혐의로 인신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조계와 산업계에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안겨 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 이른바 ‘상품 형태 모방 행위’ 금지 조항에 대한 형사 처벌의 적절성 여부다.
해당 조항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본래 이 규정은 디자인보호법상 등록(보호)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상품형태의 선행 투자를 보충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민사상 구제 대상으로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2017년 개정 당시 사회적 합의나 검토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신 구속이 전제된 형사처벌 규정이 추가되었고, 이로 인해 민사 해결의 영역이었던 조항이 경쟁 기업을 겨냥한 강력한 칼날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처벌을 옹호하는 입장도 일리는 있다. 오랜 시간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만든 결과물을 후발 주자가 대가 없이 모방하는 것은 명백한 ‘무임승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 기업이 직접 위법 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민사소송은 판결까지 수년이 걸려 실질적인 구제가 어렵고, 결국 공권력이 개입하는 형사처벌만이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규정에 내포된 불확실성에 있다. ‘무엇이 모방인가’에 대한 기준이 너무 모호한 것이다. 금지되는 모방의 기준인 ‘동종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는 그 경계가 극히 불분명하며, 무엇이 흔한 형태이고 어디까지가 독창적 특징인지에 대한 판단이 법관의 해석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다. 특히 안경처럼 기능적으로 보편적인 프레임이 존재하는 산업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법 적용 가능성도 있어, 기업가들은 상시적인 형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2004년 해당 조항 도입 당시에는 형사처벌 규정을 두지 않았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품 형태의 모방에 형벌까지 부과할 경우, 오히려 상품 개발을 위축시키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법 당시와 달리 형사제재를 부과하는 것으로 선회할 경우 초기 입법 취지에 대한 충분한 재검토와 광범위한 의견 수렴 등이 필요한데, 2017년 개정에서는 그러지 못한 채 처벌 규정이 도입되었다.
법적 불확실성은 혁신의 동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선행 모델을 참고해 발전시키는 것은 시장 경제의 보편적인 성장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분별한 모방이나 카피는 규제되어야 하지만, 불명확한 규정에 근거한 형사제재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열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은 이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자칫 모방 규제라는 명분으로 자유로운 경쟁과 혁신,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저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아닌 경쟁자를 제거하는 전략적 도구로 변질될 때, 그러한 우려만으로도 시장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번 구속 사태를 계기로 ‘형벌 우선주의’가 아닌, 민사상 구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를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처벌은 시장의 정의를 확립하기보다 활력을 먼저 파괴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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