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SideBar] 법정인가, 시장통인가

김지수 기자 2026. 4.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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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형사15-2부 재판정.

피고인이 퇴정하고 이어 특검이 법정을 나서는 순간 방청석에서 고성이 터졌다.

이런 일은 이제 법정안팎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에는 법정에서 정숙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법조계 인사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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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형사15-2부 재판정.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 결심 공판이 마무리되던 순간이었다. 피고인이 퇴정하고 이어 특검이 법정을 나서는 순간 방청석에서 고성이 터졌다. 김 여사 지지층이 "영부인님 힘내십시오"라는 외침이 나오자 재판부가 이를 즉각 제지했다. 앞서 특검 측은 퇴정 과정에서 방청객의 소란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며 재판부에 제지 요청을 했는데 우려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은 이제 법정안팎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에는 법정에서 정숙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법조계 인사들의 말이다. 과거에는 '법정에서 모자나 외투를 벗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을 정도였다. 2007년 대법원 예규 개정으로 이 규정이 사라진 뒤에도 "떠들거나 소란을 피워 재판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남았었다. 이제 그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를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의 권위 추락과 맞닿아 있는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그나마 법정내부는 아직 재판장의 권한으로 '정숙'이 유지되고 있다. 특정 인물을 겨냥한 비난발언이나 위협, 소란행위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바로 감치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감치는 재판장이 통제하고 있는 재판 중에 벌어진 행위에 대해 적용된다. 

그러나 재판이 끝난 뒤나 재판장이 자리를 떠난 이후의 법정내부, 법정 밖 복도에서는 어떨까.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정과 퇴정 사이에 주어지는 휴식 시간인 '휴정' 시에도 그렇다. 재판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면 재판장이 직접 목격하지 않은 일이라서 감치 명령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정 밖에서는 법원의 청사 관리권을 근거로 퇴거 조치와 같은 행정 절차로 대응할 수 있고, 이때는 모욕죄나 법정모욕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 모욕죄는 모욕을 받은 당사자의 고소가 필요하다. 법정모욕죄는 정식재판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적용하기가 까다롭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모욕죄나 법정모욕죄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욕설과 조롱이 집중되는 구간이 이처럼 재판장의 영역이 닿지 않는 경계에 있다는 점이다. 재판장이 있는 법정내에서도 소란행위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라면, 사각지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 틈새를 파고드는 재판 방청객들을 보면서 사법부의 권위추락과 상관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제방이 터지는 것은 작은 구멍이 원인이다. 

김지수 기자   jskim@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