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40명인데 41명 합격… 제주대 로스쿨의 반전

서하연 기자 2026. 4. 29. 0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량강화위 만들어 체계적 지원
다른 대학 교수진 초빙해 특강
초시 합격률도 64%로 끌어올려

제주대 로스쿨이 제15회 변호사시험에서 41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제주대 로스쿨 역사상 최다 합격자 기록. 최근 4년간 24~30명의 합격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놀랄만한 성과다. 응시 인원 대비 합격률도 31.82~37.04%에서 43.62%(94명 중 41명 합격)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로스쿨 졸업 후 처음 시험을 치르는 초시(初試) 응시자(15기)는 31명 중 20명이 합격해 합격률 64.52%를 기록했다. 

제주대의 이 같은 성과는 제15회 변호사시험 응시 인원 대비 합격률 50.95%, 로스쿨 15기 초시 합격률 70.04%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지방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법조와 로스쿨 학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대 로스쿨, 매년 입학생이 40명인데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이 합격. 내 일처럼 기쁘다. 축하 현수막도 큼직하게 붙이자"고 썼다.

제주대 로스쿨의 필살기는 '변시 역량강화위원회'였다. 2025년 9월 출범한 위원회는 전임교수들을 주요 과목별 위원으로 위촉해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별도로 보충 강의하고, 답안 강평과 첨삭 지도도 병행했다. 위원회 소속 교수를 비롯한 각 과목 교수들은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에도 학생별로 밀착 맞춤 지도를 진행했다.

또한 위원회가 꾸려지기 전 여름방학부터 방학마다 필요한 과목 특강을 편성했다. 학기 중에는 필요할 경우 추가 학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타 대학 로스쿨 교수진이 참여해 민사·형사·상법·공법 특강을 맡았으며, 사례형·기록형 대비 특강도 별도로 운영했다. 일부 민사·형사 과목은 2~3일 집중 특강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교가 발벗고 나서 학생들을 전폭지원한 것이다.

공직에 진출한 졸업생들과의 협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대 로스쿨은 올해 재판연구원(로클럭) 7명과 신규 검사 2명을 배출했다. 졸업생 가운데서는 경력 판사 1명, 경력 검사 2명이 나왔다. 재판연구원·검사 등 공직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별도 지원 프로그램과, 졸업생과 재학생 간 멘토링도 운영했다. 올해 공직에 합격한 졸업생들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상담과 답안 첨삭 지도 등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환(사법연수원 20기) 헌법재판소장의 합류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대 로스쿨은 2025년 3월 대법원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김 소장을 석좌교수로 초빙했다. 제주대 로스쿨에서 법조인 출신 석좌교수가 임용된 첫 사례였다. 대법관 출신 인사가 합류한 것도 처음이었다.

김 소장은 당시 학년별로 '법률가의 공적 역할과 자세' 등을 주제로 여러 차례 특강을 진행하며 법조인의 책임과 공직 윤리, 바람직한 법조인의 역할에 대해 학생들과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학생들과 간담회를 열어 생활 지도를 하고 진로 고민을 듣기도 했다. 

"대법관 출신 교수, 학생들에게 자극"
수험 기술보다 법조인의 책임과 가치에 초점을 맞춘 강연이 학생들에게 적잖은 동기부여가 됐다는 평가다.

안성조 제주대 로스쿨 학생부원장은 김 소장의 재직 기간에 대해 "학교 분위기가 많이 살아났다. 학생들, 교수진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구성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대법관을 지낸 분이 학교에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재판연구원(로클럭)이나 공직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자극이 됐고, 교수진의 자긍심과 학내 사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표명환 제주대 로스쿨 원장은 "학교가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 결과 질적·양적으로 큰 성장이 있었다"며 "학생들의 열의와 교수들의 세심한 지도가 함께 만든 성과라고 생각한다. 전국 로스쿨 수준에 맞춰 한 단계 더 도약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교육 본래 기능 살리기와 함께 가야"
법조에서는 비수도권의 소규모 로스쿨이 성과를 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소재 로스쿨의 한 교수는 "학교와 지도교수들이 합심해서 학생들에게 맞춤형 프로그램과 상담, 논술형 시험에 대한 첨삭 지도를 제대로 제공하면 비수도권 로스쿨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로스쿨 교육의 본래 기능을 살리는 것과 로스쿨을 변호사시험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제도는 교육부(학교운영)와 법무부(법조인 선발 등)가 따로 영역을 나눠 관리·운영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현안 조율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시 합격률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법조인 양성·선발 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로스쿨에서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전문 법조인으로 길러낼 것인지를 따지는게 먼저"라고 말했다.

서하연 기자   hayeon@lawtimes.co.kr
한민아 기자   hma@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