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28분 가동중단에 500억 손실…18일간의 총파업, 초격차 무너뜨린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이한 삼성전자가 예기치 못한 노조의 성과급 투쟁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삼성전자 만의 초격차 경영전략 추진이 시급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에 발이 묶여 경쟁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전례 없는 수익이 오히려 분쟁의 불씨가 된 역설적인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사측이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연봉 50%로 설정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 폐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열린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참석 인원이 4만여명에 달하고 이 중 80% 이상이 반도체 부문 인력인 만큼 총파업 시 생산 라인 가동 중단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는 18일간 공장 가동 중단 시 손실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실제 손실은 이보다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정전사고 당시 28분간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서 300㎜ 웨이퍼 최소 3만장, 3차원(3D) 낸드 최대 6만장이 손상됐고 일부 생산 및 수출 차질이 빚어져 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단순 계산상 1시간에 약 1071억원, 하루 약 2조6000억원이다.
더욱이 반도체 생산 라인 재가동까지 최대 2~3주 이상 소요되는 만큼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장은 먼지·습도·화학물질·진동까지 통제되는 초고순도 환경이 전제된다. 재가동 시 클린룸과 화학물질 배관 등을 정상 조건으로 돌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나노 단위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들을 재보정하고 테스트를 통해 정상 작동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일련의 과정들이 신속히 진행돼도 목표 수율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설이 점거돼 정상적인 관리·운용이 불가능해지면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클린룸 환경이 즉각 무너지고 공정 중이던 웨이퍼는 전량 폐기해야 한다"며 "이는 공급 부족 상황과 맞물려 쟁의행위가 끝난 뒤에도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장기적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총파업 리스크는 회사의 중장기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술력뿐 아니라 고객사 맞춤 설계와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수주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메모리 공급 계약을 연·분기 단위에서 3~5년 장기계약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회사 신뢰도 하락은 물론 경쟁사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 제품 검증에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에 한 번 대체 공급선으로 이동하면 회귀하기 어렵다.
회사 구성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도 문제다. 노조가 가전·스마트폰 등을 주력으로 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목소리는 제외하고 반도체 부문 입장만 대변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가입자 7만여명 중 DX부문 소속은 1만4000여명으로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다. 노조의 입장문과 요구안도 반도체 사업 실적과 전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 내부 갈등 여파는 협력사를 비롯한 산업 생태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 생산망은 1차 협력사 1061곳과 2·3차 협력사 693곳 등 총 1754개 협력사로 구성돼 있다. 원청의 가동률 하락은 곧바로 협력사 매출 감소와 납품 일정 차질로 이어진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들은 원청 의존도가 높고 재고·인력·설비를 원청 생산계획에 맞춰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생산 중단은 협력사 자금난으로 이어진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인 만큼 과도한 성과급 지급은 중장기 투자 여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하고 그 여파가 고용과 협력사 등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성원 기자 choice1@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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