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한부 정치인의 호소… “정치가 인스타그램처럼 되면 안 돼”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6. 4. 29.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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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투병 벤 세스 전 공화당 상원의원
“소셜미디어, 우리 사회 가장 근본적 문제“
“정치인 팬서비스와 파벌주의, 우릴 어리석게 만들어”
벤 세스 전 미 연방 상원의원이 CBS 방송 '60분'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벤 세스(54)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CBS의 간판 프로그램인 ’60분’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소셜미디어라 생각한다”며 “좁은 집단과 정체성 기반 정치, 시장 틈새만이 마치 삶의 전부인 것 마냥 사용자를 거품 속에 가두고 세대 간 격리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했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정치에 너무나 침투한 나머지 “더 신중한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할 상원이 (자극과 조회 수가 전부인) 인스타그램처럼 되고 있다”며 “의회가 정치인이 단편적인 발언을 하기 위한 배경에 그쳐서는 안 된다. 느릿느릿하고 꾸준하며 지루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세스는 2014~2023년 네브래스카주(州)를 지역구로 하는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다. 현역에 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시도를 주도하고, 1·6 의회 습격 사태 책임을 앞장서서 물었던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로 분류된다. 트럼프가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3년 전엔 돌연 상원의원직도 던졌다. “상원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 미련 없이 떠났다”고 했다. 세스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신이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시한부’임을 알려 미 정가에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위로의 메시지가 답지했다.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나는 이제 세상을 떠날 것”이라며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아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세스의 얼굴은 몇 번의 암 치료를 거치면서 얼굴이 햇볕에 탄 것처럼 붉게 그을린 모습을 하고 있다. 생존 기간은 3~4개월 정도로 예상됐는데 ‘솔직히 당신이 지금쯤 죽었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사회자 질문에 “솔직한 말이 마음에 든다”며 “췌장에서 시작된 암이 여러 곳으로 전이됐고 현재 약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항상 시간의 제약을 받고 있고, 불치병 진단을 받은 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며 “50대 초반에 불치병 진단을 받고 나니 갑자기 사람들이 내가 93세, 94세인 것 마냥 지혜를 가진 사람으로 대하는 게 좀 이상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더 큰 문제에 대해 사색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했다. 지역 사회 재건, 이웃 간 유대 강화, 인공지능(AI) 규제, 파탄난 정치의 복원 등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고 한다.

벤 세스 전 공화당 상원의원(가운데)과 배우자 멜리사, 세 자녀의 가족 사진. /X(옛 트위터)

세스는 “지난 30~40년 동안 우리가 저지른 근본적인 실수 중 하나는 워싱턴 DC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록하는 기자들이 주변에 있어야 하고 투명성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원이 단편적인 발언이 주를 이루는 무대이기보다는 더 신중한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상원은 인스타그램 같지 않아야 한다”며 “그건 상원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상원은 느릿느릿하고 때론 지루해 보이지만 꾸준히 나아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세스는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정치인이 팬 서비스를 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고, 그 누구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확실히 옳고, 저들은 확실히 틀렸다는 파벌주의는 우리를 꽤 어리석게 만든다”고 했다.

세스는 가족을 뒤로 남기고 떠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아내와 결혼한 지 31년이 됐고 우리는 당분간 떨어져 지내게 된다”며 “하지만 강인하고 투지 넘치며 신앙이 깊은 사람이라 잘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24살과 22살인 두 딸에 대해서는 “결혼할 때 신부 입장을 시켜주고 싶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세스에겐 14살짜리 늦둥이 아들이 있는데 ‘신의 섭리 같은 깜짝선물’이라 표현하며 “아이는 잘 자랄 것이고,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어줄 다른 현명한 어른들이 있을 것” “아이가 16살, 18살, 20살이 됐을 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조언을 해주고 싶고 내 팔을 아이의 어깨에 두르고 싶지만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게 정말 속상하다”고 했다. 세스는 “이 우주에 ‘제멋대로인 분자(maverick molecule)’는 없다”며 모든 걸 받아들인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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