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하수인, 전원 고소할 것" 부정선거론자 행패에 투표관리관 구인난

김현종 2026. 4. 2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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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를 불과 36일 앞두고 투표관리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 단체들이 일선 투표소 관리를 총괄하는 투표관리관을 상대로 압박성 고발을 남발하면서 그간 이 직무를 맡아 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업무 기피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 같은 기피 현상은 앞선 선거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투표관리관을 폭행하거나 투표소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등 선거 방해 범행을 저지른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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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한 3주 지나도록 76명 위촉 지연
부정선거론 횡포 줄고발 위협에 부담 가중
선관위 "선거사무화 안정 대책 시급" 촉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대선 투표일이었던 지난해 6월 3일 서울 영등포에 마련된 한 개표소에서 투표함을 열고 있다. 강예진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를 불과 36일 앞두고 투표관리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 단체들이 일선 투표소 관리를 총괄하는 투표관리관을 상대로 압박성 고발을 남발하면서 그간 이 직무를 맡아 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업무 기피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사무를 안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경기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26일 고양 일산동구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린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뉴스1

투표소 사진 촬영 제지하자... "가만두지 않겠다" 폭력

2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까지 위촉되지 않은 투표관리관은 76명에 달한다. 공직선거관리규칙상 이달 4일까지 투표관리관 위촉이 끝나야 했지만, 법정 시한을 3주나 넘긴 지금까지도 전체 1만8,000여 개(사전투표소 포함) 투표소 중 76곳에서 투표관리관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투표관리관은 투표함 관리부터 일반인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교육 및 통솔 등 투표소 일선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는 지방 공무원이 맡는다. 그러나 최근 지자체가 선관위에 투표관리관 파견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횡포 탓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파견을 꺼리고 있어서다.

이 같은 기피 현상은 앞선 선거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투표관리관을 폭행하거나 투표소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등 선거 방해 범행을 저지른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제주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사전투표사무원을 촬영했다가 투표관리관이 제지하자 "가만두지 않겠다"고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휘두른 사례 등이 보고됐다.

부정선거 음모론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자유와혁신이 전국 행정복지센터에 보냈다며 22일 공개한 공문 전문. 지난 대선에 참석한 투표관리관 전원을 대상으로 고발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온라인 캡처

투표관리관 252명 무차별 고발... "선거 사무 참여 말라" 위협도

더 큰 위협은 무분별한 소송 문제다. 부정선거 음모론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자유와혁신당이 지난해 대선 투표관리관 252명에 대해 "가짜 도장을 사용했다"고 억지 주장을 하며 무차별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사전투표지에 투표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는 대신 도장을 인쇄하는 방식으로 날인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반면 선관위는 불필요한 혼잡과 실수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투표지에 도장을 직접 날인하려면 투표소마다 사전투표장 별로 도장을 4~38개씩 두고 투표사무원들이 일일이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쇄 날인이 적법하다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가 이미 있지만, 묻지마 고발은 근절되지 않으면서 투표관리관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유와혁신당은 이번 지선을 앞두고도 "향후 구청장을 포함한 투표관리관 전원을 추가 고소할 예정"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이들은 공공기관 4,000여 곳에 공문까지 보내 자신들이 투표관리관을 고발한 사실을 알리면서 "선관위의 하수인 노릇을 하지 말라"고 압박까지 하고 있다. 선관위가 부정선거 음모론 해소를 위해 수검표 전면 시행, 사전투표용지 1차원 바코드 도입 등 추가 보안 대책까지 내놓고 있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다른 절차를 꼬투리 잡으며 세를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중앙선관위는 "투표 관리 업무의 수당이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처우까지 열악하다보니 공무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측면도 있다"며 "유관 부처 간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선거 사무 인력을 다변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중앙선관위원회 공동 기획기사입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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