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잡으려다 범죄자 될라"… 법왜곡죄 고소고발 남발에 위축된 경찰
일선 경찰들 피소 위험에 수사 위축 호소
법왜곡죄 사건 일선서 배당해 업무 과중
경찰 보호 및 고소고발 남발 방지책 필요

법왜곡죄 시행 이후 고소·고발이 남발되면서 수사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법왜곡죄 사건이 더해져 업무 부담이 커진 데다, 수사 결과에 따라 피소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는 탓이다. 범죄자 잡으려다 되레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경찰 내부 분위기는 잔뜩 위축돼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법왜곡죄 시행 이후 이달 27일까지 전국 경찰에 접수된 법왜곡죄 관련 사건은 239건에 달한다. 수사 대상자는 총 3,272명. 그중 경찰이 1,067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269명, 법관 193명 등으로 집계됐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닌 공무원 등도 1,657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법왜곡죄는 법관, 검사, 경찰 등 재판·수사 직무 종사자가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그릇되게 적용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이다.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법왜곡죄가 성립하려면 법 왜곡의 목적과 고의가 있었는지,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자의적 법령 적용이 있었는지 입증돼야 하는 만큼, 실제 유죄 판결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법왜곡죄 사건 상당수가 수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아직 경찰이 처벌된 사례도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심리적 압박과 업무상 고충을 호소한다. 수사 결과에 불복한 당사자들이 분풀이성 고소·고발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 일선 수사관들이 정당한 직무 집행조차 주저하게 됐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인에게 칼을 들려줬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부산 한 경찰서 소속 A팀장은 "피의자가 '법왜곡죄로 걸어버린다'고 위협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며 "피의사실 공표나 공무상비밀 누설 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지점이 많아져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서울 일선서 B수사팀장도 "부하 직원들의 보고를 받고 수사 방향을 잡아주는 게 팀장 역할인데, 그 과정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이 재량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안인 경우에는 한층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가정폭력, 교제폭력 같은 관계성 범죄 발생 시 경찰은 가해자 격리, 접근금지, 전자발찌 부착 등 임의조치를 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수사관의 경험과 판단이 중요하다. 만약 피의자가 임의조치에 악의를 품는다면 경찰의 판단을 자의적 법 해석이라고 몰아갈 소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호남권 일선서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C팀장은 "가정폭력 사건에서 피의자인 남편을 수사하면 피해자 아내가 도리어 화를 내고 항의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일상적인 수사 행위만으로도 고소·고발이 들어올까 봐 증거 채취와 인지 수사도 꺼려진다"고 털어놨다.

현실적으로 업무 과부하도 심각하다. 법왜곡죄 사건 대다수가 일선 경찰서에 배당됐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밀려드는 사건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 수사관은 "법왜곡죄를 피하려 고소인이 낸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검증하다 보면 수사의 핵심인 신속성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적극 수사하면 고소·고발 위험이 커지고 소극 대응하면 직무유기가 되는 딜레마 속에, 민감한 사건들을 인사이동 전까지 뭉개거나 방치하는 '사건 적체'가 늘 것이란 뒷말도 나온다. 수사가 지연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 사고는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데, 법왜곡죄 아래서는 그래야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며 "목소리가 크거나 권력을 가진 쪽에 유리하게 사법 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법률·금전 지원 등 경찰 개인을 보호할 방안,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수사관들에게 사건 처리와 증거 수집 관리지침을 하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사심의위원회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왜곡죄 적용 시점이나 법리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들이 있는 만큼 일선에서 부담이 없도록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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