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결심 뒤엔 유대계 집념… 극우 韓대사 지명, 전화위복 기회로" [인터뷰]

권경성 2026. 4. 2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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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美 움직여 이스라엘 지원 사명감
맞춤형 ‘신네오콘’ 개입주의 설계
촛불·태극기, 국익 위해 합심해야
미셸 스틸 낙점 유감이지만 현실
백악관 직통 실세 활용할 궁리를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15일 미국 워싱턴 KAGC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대표는 “트럼프 시대는 오만과 탐욕에 빠진 미국 기득권층 엘리트들의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미국 유명 보수 논객인 터커 칼슨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를 통해서다. 계기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구성에도 간여했던 칼슨은 ‘새로운 전쟁은 없다’고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노예”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네오콘은 미국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군사력 동원도 마다하지 않는 강경 매파 개입주의자들을 가리킨다.

15일 미국 워싱턴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석(68) KAGC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뒤집고 전쟁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한국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덕이나 충동의 결과로 치부하고 말아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었다.


어떻게 유인했나

김 대표의 가설은 이렇다. 전쟁도 불사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긴 세력은 네오콘의 후신인 ‘신(新)네오콘’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고립주의자가 아니라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외국이나 이민자에게 돈을 쓰지 말고 자기들부터 챙겨 달라는 미국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모으려다 보니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간파한 신네오콘은 개입주의를 트럼프 대통령 구미에 맞게 변형했다. 힘을 강조하는 개입 기조를 유지하되 명분을 ‘자유주의 확산’에서 ‘미국 우선주의 관철’로 바꿨다. ‘트럼프 맞춤형’ 개입주의를 설계한 것이다. 전략도 짜 줬다. 일명 ‘파괴 뒤 거래’(destroy and deal)다. 미군 희생 없이 힘만 과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쟁의 딜레마인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게 ‘원거리 전쟁’ 개념이다. 지상군 투입 없이 폭격만으로 적진을 초토화한다는 의미다. 그런 다음 불리해진 상대와 협상을 벌여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낸다는 게 이 전략이다.

유인책은 하나 더 있다. 트럼프 일가의 돈벌이와 연결시킨 것이다. “대이란 전쟁으로 비워진 무기고의 빈자리를 상당 부분 무인기(드론)가 채우게 될 텐데, 그 돈을 다 가져가는 사람이 트럼프의 두 아들”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차남 에릭 트럼프는 미국 국방부와 계약한 이스라엘 드론 업체 엑스텐드에 투자하고 있으며,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드론 부품 스타트업인 언유주얼머신스의 지분을 보유한 이사다.


에이브럼스 플랜

15일 미국 워싱턴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인 김동석 KAGC 대표.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김 대표에 따르면 신네오콘은 트럼프 정권 핵심에 포진해 있다. 실세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전쟁부) 정책 담당 차관 등이다.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톰 코튼(아칸소) 등도 이 세력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이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국무부 차관보를, 아들 조지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각각 지낸 뒤 트럼프 대통령 첫 집권기인 2019년 베네수엘라·이란 담당 특사로 돌아왔던 엘리엇 에이브럼스다. 그가 2021년 세운 싱크탱크 반덴버그연합은 신네오콘 전략가의 산파 노릇을 했고, 대표적 우파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을 창구 삼아 영향력을 키웠다. 김 대표는 “이란 정권 교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목표에 포함된 것도 신네오콘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스몰 머니의 위력

전쟁에 소극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신네오콘이 움직이기까지 유대계 미국인들의 절치부심이 있었다는 게 김 대표 얘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피벗 투 아시아’ 정책에 따라 중동과 이스라엘이 미국 외교의 중심에서 슬슬 밀려나자,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이팩)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에이팩은 ‘스몰 머니’(일반 회원들의 소규모 기부금)로 큰 자본을 만들어 이스라엘에 이익을 안길 만한 정치인이나 전략가를 발굴하고 양성한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미국을 모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여 모국을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움직인다. 김 대표는 “2,000년 만에 세운 유대인 국가가 착근될 때까지 보호하려면 미국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라며 “진영보다 국익을 목표로 해 이념적 방향 전환에 유연하다”고 설명했다. 극우 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탐탁지 않아도 정부 대표로 인정하고 대미 외교를 돕는다는 것이다. 그는 “재미 한인 커뮤니티도 유대계 미국 시민들처럼 촛불(진보)과 태극기(보수)가 국익을 위해 합심하고 대미 영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가 전쟁까지 하게 만들어 기어코 자국 안보 이익을 관철한 유대계의 전략과 집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안해진 한반도

15일 미국 워싱턴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김동석 KAGC 대표.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결심 과정을 한국이 꼼꼼히 살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한도 ‘파괴 후 거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어서라는 게 김 대표 주장이다. 그는 “현재 트럼프는 견제하는 참모가 보이지 않는 데다 재선을 위한 여론 관리도 별로 필요 없는 상태”라며 “집권 1기 때보다 훨씬 무모하고 위험해졌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리더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남북문제에서 성과를 내려 모험하기보다 안정과 평화를 잃지 않도록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에게 미국 내 이란계 공동체는 연민의 대상이자 반면교사다. 그에 따르면 60만 명 규모의 크지 않은 이란계 커뮤니티가 이란 정권에 대한 반감이 워낙 강해 미국의 공격을 지지하는 편과 전쟁에 반대하는 편으로 쪼개져 고통받고 있다. 그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에 긴장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주 한인사회는 어떨지 두려운 가정을 해 보게 된다”며 “평화를 위한 대워싱턴 영향력이 시급한 때”라고 말했다.


그레그로 만들자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1년 3개월 만에 한국계인 미셸 스틸 전 공화당 재선 연방 하원의원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김 대표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를 계기로 미국 내 한인 유권자 운동에 투신했다. 스틸 후보와 영 김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도 그때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스틸 후보의 이념 성향이 극우에 가까워, 진보 진영에서는 정부가 아그레망(외교 사절 사전 동의)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권력이 한국 이재명 정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김 대표는 토로했다. 다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 의견이다. 그는 노태우 대통령 재임 때인 1989~1993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얘기를 꺼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그는 군사 독재를 지지하는 미국의 대리인으로 부임했다가 한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현장에서 목격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혈팬이 될 정도로 변했다고 한다. 스틸 후보가 제2의 그레그가 되도록 해 보자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트럼프의 결정을 현실적으로 거부할 방도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백악관과 직통할 수 있는 실세가 서울 대사로 부임한 게 그레그 이후 처음인 만큼, 어떻게든 활용할 궁리를 하는 게 지혜로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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