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내가 일본인이기 때문" LA 다저스와 '18회 혈투' 이끌어낸 토론토 '언성 히어로'...홍일점 영양사, "환대 베풀려 노력, 40세까지 머물고 파"

김경태 기자 2026. 4. 2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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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ALKOREA] 김경태 기자= '잘 먹어야 잘 싸운다.' 이 말은 비단 군(軍)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총성 없는 전쟁터인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도 통용된다. 선수들은 철저하게 계산된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피로를 회복하고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몸 상태를 만든다.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엔진'을 쉼 없이 돌리고 있는 일본인 스포츠 영양사 사누이 유카의 역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토론토의 스포츠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사누이는 27일(한국시간) 일본 매체 '재팬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 스태프로서의 삶을 털어놓았다.

그녀가 처음 발을 내디딘 것은 도쿄 올림픽 당시 미국 여자 럭비 7인제 대표팀의 연락관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이후 팀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토론토와의 인연이 닿아 야구계에 입문했다.

물론 처음부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것은 아니었다. 당초 그녀는 마이너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의 잘못된 식습관을 뜯어고치는 데 주력해야 했다. 사누이는 "트리플A와 더블A 바로 아래 단계인 하이 싱글A 리그의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다. 무엇이든 마음껏 먹고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나이"라며 "선수들이 패스트푸드를 워낙 자주 먹기 때문에 기초적인 영양 교육이 최우선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마이너리그에서 몸담던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작년 스프링캠프 종료를 불과 이틀 앞두고 1군 전임 영양사가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면서, 사누이가 그 자리에 전격 투입된 것.

혹독한 메이저리그 신고식이었지만, 그녀는 흔들림 없이 본분을 다했다. 토론토의 퍼포먼스 스태프 중 유일한 여성이기에 클럽하우스에서 어색한 순간도 종종 발생하지만, 사누이는 "토론토를 사랑하고 내 직업을 사랑한다. 난 말 그대로 꿈을 살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녀의 세심한 배려와 헌신은 토론토가 가을 야구로 진격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특히 LA 다저스와 맞붙은 2025년 월드시리즈 3차전(5-6 패)은 그녀의 기지가 빛난 순간이었다. 무려 18회까지 이어지는 접전 속에 선수들은 벤치에서 허기지고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이때 사누이가 묘수를 발휘했다. 그녀는 수박과 파인애플 등 신선한 과일이 가득 담긴 접시를 덕아웃으로 보냈다. 사누이는 당시를 회상하며 "15회쯤 되자 모두가 지치고 배고파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 직원들과 함께 과일을 가져갔다. 수박은 훌륭한 수분 공급원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사누이가 준비한 과일은  미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미국 매체 '폭스스포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이 장면은 현재 무려 2,013만 회(페이스북 기준)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그녀의 일상은 오로지 선수들의 컨디션에 맞춰져 있다. 개인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사치에 가깝다. 사누이는 "타격 코치는 타격만, 투수 코치는 투구만 신경 쓰면 되지만, 나는 팀의 유일한 영양사이기 때문에 로스터 26명 전원을 관리해야 한다. 알아가고 챙겨야 할 사람이 정말 많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만 그러면서도 선수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저는 성실하고 꼼꼼한 편"이라며 "선수들에게 내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오모테나시(일본식 환대)'를 베풀려고 노력한다. 그건 내가 일본인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토론토와의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구단과의 계약은 2027년까지지만, 사누이는 "전임자들이 보통 2년씩 일하고 떠났는데, 난 그 두 배 이상 일하는 게 목표다. 30살에 이 일을 시작했으니 40살까지 이곳에 계속 머문다면 정말 멋질 것"이라며 "야구계에 워라밸이란 건 존재하지 않지만, 그만큼 헌신해야 하는 자리다. 불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진=사누이 유카 SNS, 게티이미지코리아, 폭스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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