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뛰는데, 주가 더 뛰어… 반도체·AI가 깬 ‘증시 공식’

곽창렬 기자 2026. 4. 2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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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도 연일 최고치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 28일 코스피가 0.39% 오른 6641.02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장경식 기자

28일 코스피가 0.39% 오른 6641.02에 마감하면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27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S&P500(7173.91)과 나스닥 지수(2만4887.10)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상황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통상 고유가는 기업의 비용을 압박해 실적을 악화시키고, 주가에도 악재다. 그럼에도 AI(인공지능)와 반도체를 엔진으로 삼아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뛰는 유가 위, 더 뛰는 증시’라는 희한한 상황인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세상은 불타고 있는 것 같지만, 주식시장은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쁜 뉴스가 투자자들에게 아예 인식조차 되지 않는 시기”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코스피 상승률 주요국 중 1위

코스피는 올 들어 28일까지 상승률이 57.59%로 주요국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중동 전쟁 발발 직후 장이 처음 열렸던 지난달 3일(5792.20) 대비 15% 가까이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한국 증시 시가총액이 4조달러를 넘어서며 영국(3조990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주요국 증시 순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미국 S&P500도 중동 전쟁 이후 4.29%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S&P500은 나스닥과 함께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28일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1% 가까이 떨어졌지만, 27일만 해도 사상 처음 6만 선을 넘었다. 대만 가권지수도 27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4만 선을 넘어섰다. 일본, 대만 등은 석유 전량을 수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승세다.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후 국제 유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2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가격의 기준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는 이달 중순 80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날 103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다만 ‘AI 랠리’에서 비켜나 있으면서 고유가 충격을 받는 나라들의 증시 성적은 좋지 못하다. 영국 FTSE100은 중동전쟁 이후 5.4% 하락했고, 독일 DAX 지수는 같은 기간 4.75% 떨어졌다. 인도 센섹스 지수는 연초 대비 9.29% 하락했다.

그래픽=김현국

◇전쟁보다 센 ‘AI 엔진’... 경계 목소리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보다 기업들의 실적과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 등이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동 분쟁과 분리된 강력한 엔진인 AI 열풍에 올라탄 거대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주요국 증시에서 연일 주가가 급등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종목의 비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S&P 500에서 AI 관련 기업 비율은 약 45%인데, 이는 챗GPT가 출시된 2022년 말(약 25%)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AI발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받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율이 43%를 넘어섰다. 올해 초만 해도 이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대만도 반도체 기업 TSMC가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5%쯤이다. 일본은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인 어드밴테스트와 컴퓨터 칩 장비 제조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을 합친 비율이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한다.

다만 반도체·AI 중심으로 급등하는 상승장이 글로벌 증시의 취약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AI에 투자한 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아 ‘AI 거품론’이 확산될 경우 시장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토니 파스콸렐로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부문 책임자는 “최근 반도체 주요 종목이 급등하는 모습은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정점 당시 이후 처음 보는 수준”이라며 “급등 후 급락 가능성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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