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광주 이전’ 놓고 정치·예술계 갈등

김성현 기자 2026. 4. 2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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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서 광주 이전 법안 발의
한예종 “예술 교육 위축” 반대
28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앞에서 방세희 한예종 총학생회장이 한예종 광주 이전 법안 발의 학생사회 반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광주광역시로 옮겨야 할까. 지난 22일 정준호·민형배 의원 등 광주 지역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발의한 ‘한예종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때문에 문화 예술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재학생과 동문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급기야 한예종도 28일 “예술 교육의 핵심인 현장성과 네트워크가 위축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예종 이전을 둘러싸고 왜 정치권과 문화 예술계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걸까.

의원 11명이 발의한 법률안은 한예종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에 학교 캠퍼스를 광주광역시로 옮기자는 내용이다. 현재 한예종은 학사 과정은 정식 학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고등교육법상 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우수한 예술 영재들을 4년간 가르치고도 정작 이들이 학업을 계속하려면 해외 유학을 가거나 국내 다른 대학에 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번 법률안은 얼핏 한예종에 석·박사 학위 인정이라는 ‘당근’과 캠퍼스 이전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흔히 한예종에는 ‘두 개의 학교’가 있다고 한다. 옛 안기부 자리의 서울 석관동 캠퍼스에는 대학 본부를 비롯해 연극원·영상원·전통예술원·미술원이 있다. 예술의전당과 인접한 서초동 캠퍼스에는 음악원·무용원이 있다. 석관동 캠퍼스는 조선 경종과 선의왕후의 왕릉인 의릉(懿陵)과 붙어 있다.

그래픽=이진영

지난 2009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의릉 복원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석관동 캠퍼스 이전 논의도 불거졌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고양·과천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고 석관동 캠퍼스를 이전하지 않는 대신에 성북구 내에서 대체 부지를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석관동·서초동 캠퍼스를 통합 이전할 만한 충분한 부지 확보에 애를 먹다가 이전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공전(空轉)했다. 그러다 결국 ‘광주 이전안’까지 튀어나온 것이다.

정치권과 문화 예술계의 입장 차는 예술 교육의 ‘수도권 집중’과 ‘경쟁력 저하’를 둘러싼 이견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정준호·민형배 의원 등은 법률안 제안 이유에서 “문화 예술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지역 간 문화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수도권 유출로 인해 지역 문화 예술 생태계가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예종은 28일 입장문에서 “학교의 경쟁력은 최고 수준의 강사진과 풍부한 공연 전시 인프라(기반), 예술 현장과의 긴밀한 연계에서 나온다. 충분한 준비가 전제되지 않은 물리적 이전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예술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국가적 예술 자산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예종 광주 이전과 관련하여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과 달리 한예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다. 음악계 관계자는 “만약 지역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국제 음악제가 열리는 통영이나 ‘영화의 도시’인 부산도 고려 가능하다. 정치적 셈법에 따른 졸속 추진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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