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선·방산 붐 타고… K엔진 화려한 부활

HD건설기계는 지난 27일 1분기 영업이익이 190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 늘어나는 ‘깜짝 실적’을 냈다. 이 성적표의 주역은 ‘엔진’이다. 이 회사 엔진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14.1%에 이른다. 엔진을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현재 전북 군산에 새로 엔진 생산 공장도 짓고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선박용 친환경 엔진을 만드는 한화엔진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3% 늘었다. 가스터빈을 만드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미국 빅테크 기업 한 곳에서만 수조원 규모 수주를 따냈다. 가스터빈 역시 압축된 공기를 폭발시켜 날개(블레이드)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전력을 만드는 엔진 기술이 핵심이다.
최근 우리 산업계에선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엔진을 매개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계에선 글로벌 친환경 바람으로 주요 산업 분야가 빠르게 전기 동력으로 전환(전기화)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엔진 같은 내연기관이 산업계에서 밀려날 것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딘 친환경 전환과 AI(인공지능) 시대 개막으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이 겹치며 엔진을 다시 산업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 등 전통 엔진 강국들이 생산 라인 노후화와 숙련 인력 부족으로 공급 대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K엔진이 주목받고 있다.

◇이제 다시 엔진 시대
세계적 AI 전환이 엔진을 다시 불러낸 요인 중 하나다. 가스터빈이 대표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6년 안팎 약 1조원을 투입해 지난 2019년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202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할 때까지 약 10년을 투자했는데, 최근 해외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기존 글로벌 강자였던 GE(미국), 지멘스에너지(독일), 미쓰비시중공업(일본) 등 ‘빅3’의 생산 라인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납기가 수년씩 밀리는 병목이 발생한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선박용 엔진마저 최근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으로 진출시켰다. HD현대중공업이 최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사 AEG와 684MW(메가와트) 규모의 힘센(HiMSEN) 엔진 기반 발전 설비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늦어진 전기화로 친환경 엔진에 주목
바다에선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기반 엔진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배출 없는 ‘전기 선박’의 상용화가 늦어진 탓이다. 대형 선박은 장거리를 다니기 때문에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완전한 전기화가 제한적이다. 그 결과 조선업 강국인 한국 기업들의 차세대 친환경 엔진이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올해 1분기 한화엔진의 DF(이중 연료) 엔진 신규 수주액은 9323억원으로 전체 선박 엔진 수주액의 80%에 달한다. DF 엔진은 기존 화석 연료와 LNG 등 친환경 연료를 혼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선박 엔진이다. 건설·산업용 엔진도 마찬가지다. 굴착기·지게차·발전기 등은 험지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 태반이라 전기화보다는 친환경 엔진이 각광받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지정학적 변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 엔진 기술이 ‘전략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지적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하며 전투기나 전차의 엔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와 함께 앞으로 국산 전투기와 무인기에 탑재할 첨단 항공 엔진을 개발 중이다. HD현대건설기계 역시 K2 전차용 국산 디젤 엔진 기술을 확보해, 폴란드에 수출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격화되는 우주 경쟁 속 한화에어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우주 발사체용 액체로켓 엔진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지난해 발사 성공한 누리호에 이 엔진이 탑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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