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유국 아닌 산전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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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으로 전 국민이 다시 자각한 현실이 있다.
산전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은 명확하다.
기업도 정부와 한국전력의 처분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전기는 스스로 생산해 쓰고, 남으면 전력 시장에 파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말로만 스마트그리드가 아니라 기업용 전기의 생산, 판매 재구조화를 통한 산업화에 국가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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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독점 아닌 민간 생태계 조성
이근면 前 인사혁신처장

미국·이란 전쟁으로 전 국민이 다시 자각한 현실이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대책은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뿐이다. 어차피 전력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장기적인 확충 계획이 필수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새로운 시대의 쌀이며 에너지인 전력에 달려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대응은 아무리 서둘러도 빠르지 않다는 것이 세계적 조류다. 반도체, 인공지능(AI) 강국을 넘어 5대 우주항공 강국, 달 착륙과 화성 탐사의 꿈도 그 성공의 키는 ‘산전국’ 전략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산유국이 될 수 없다.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제 에너지는 땅에서 캐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저장되고 이동하는 체계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전기를 파는 나라, 산전국이 될 수 있는가.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리적으로 단절된 전력망, 북한이라는 변수, 장거리 송전의 비용과 손실 문제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전기를 대량으로 직접 수출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현재의 전략은 전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 시스템을 파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그리고 원전을 묶어 다른 나라의 전력 생태계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미래 송전 기술은 분명히 전기의 국경 이동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 케이블, 전력망 AI 기술이 결합하면 전기를 상품처럼 거래하는 시대가 열린다. 그때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한 번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전기를 ‘공공재’로만 묶어둘 것인지, 아니면 ‘산업’으로 키울 것인지의 선택이다. 산전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은 명확하다. 전기를 국가가 독점적으로 생산·공급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이 생산하고, 저장하고, 거래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기업이 전력을 직접 생산하고, 장기 계약으로 거래하며, 저장을 통해 가격과 수요를 조절하는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전기가 하나의 제조업처럼 작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원자력이다. 대한민국은 재생에너지의 원가 경쟁력이 주요 국가 대비 불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원자력은 안정성과 단가 측면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전력원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축적된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산전국의 전제 조건은 하나다. ‘싸고 안정적인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전기를 산업으로 키우는 것도, 미래에 수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기술은 민간 참여를 통해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중심의 새로운 전력 생산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원자력을 공공 영역에만 묶어둘 것인지, 산업으로 확장할 것인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다.
산전국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제도와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전기를 값으로 통제하는 시대에서 전기를 경쟁력으로 삼는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기업도 정부와 한국전력의 처분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전기는 스스로 생산해 쓰고, 남으면 전력 시장에 파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말로만 스마트그리드가 아니라 기업용 전기의 생산, 판매 재구조화를 통한 산업화에 국가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산유국은 땅이 만든다. 산전국은 시스템이 만든다. 이것이 꿈으로 남을지, 현실이 될지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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