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 강원의 시간이 온다] 2. 이해근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김여진 2026. 4. 29. 00: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보생산 인공지능, 의미해석 인간 몫
‘실험·데이터·AI 협업’ 통합 연구 발전
연구자 문제 정의자·AI 설계자로 진화
캡스톤디자인 등 기술경험 교육 필요
AI역량·융합모델·프로젝트 학습 강화
기초연구·현장형 인재양성 선순환 설계
산업·사회 잇는 지식 플랫폼 역할 강조
영역 넘나드는 네트워크 확대 ‘온힘’
지역별 대학 격차, 산업 생태계의 차이
강원도, 독자적 산업 중심 차별화 유도

“AI시대 대학 경쟁력 인문학·공학 ‘융합’에 있다”

 

“정보는 AI가 만들지만 질문은 인간이 던집니다.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인문학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개인과 사회구조 전반이 AI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네이티브 시대’. 인재양성의 요람이자 산업현장의 출발점인 우리나라 대학들도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서 있다. 공학분야 인재양성을 이끌어 온 교육자이자 연구자인 이해근(춘천 출신)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AI 시대 대학의 역할에 대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양대 기초학문이 미래의 ‘질문’을 공동 설계하고 해법을 탐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의 대학 경쟁력은 인문학과 공학의 융합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인문·사회·과학·공학이 경계를 넘어 협력하는 지식 플랫폼이 돼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에서 인문학자들은 ‘기술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해석하는 지적 내비게이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이해근 교수는 고려대 명물 ‘삼통치킨’에서도 ‘깐부치킨 회동’과 같은 네트워크의 장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했다. 공과대학장 근무기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곽노정 SK 하이닉스 사장, 조장희 고려대 석학교수 등을 캠퍼스로 초청하기도 했던 그는 산업·공공·글로벌·지역사회 등 모든 영역과 대학의 연결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현장형 실습교육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전 분야의 글로벌 혁신가들이 아이디어와 정보를 나누고 그 틈에서 철학적 사유를 함께 익혀가는 공간, 기초학문간 ‘진짜 융합’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는 대학. 산업현장은 물론 사회문제 해결의 플랫폼으로서 AI시대를 이끄는 캠퍼스 생태계를 그리고 있는 이 교수를 최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 이해근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연구실에서 강원도민일보와 만나 AI 시대 대학의 역할과 인재양성 혁신 방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해근 교수는 “인문학과 공학의 두 기초학문이 함께 질문을 설계하고,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여진 기자

-AI 시대를 맞아 연구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뀌고 있습니까.

“과거에는 연구자가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검증하는 방식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패턴을 발견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죠. 신소재 개발, 반도체 설계, 신약 탐색 분야에서 그 변화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앞으로는 ‘실험 기반 연구 + 데이터 기반 연구 + AI 협업 연구’가 통합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봅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연구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문제 정의 능력과 창의적 질문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무엇을 연구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몫이라는 뜻입니다.”

-생성형 AI가 날이 다르게 발전하는데도, 말씀하신 ‘인간 연구자’의 역할이 계속 강화될까요.

“생성형 AI는 논문 탐색, 데이터 분석, 코드 작성 등 연구의 많은 단계를 보조하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어요. 그러나 연구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영역입니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판단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연구의 윤리적 함의를 고민하는 일이죠. 앞으로 연구자의 역할은 지식의 생산자에서 문제의 정의자이자 AI와의 협업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이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지만, 잘 활용하는 연구자는 이전보다 훨씬 넓은 연구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인문학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핵심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인문학의 역할은 더 커집니다. AI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죠. AI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고 생산할 수 있지만, 그 정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인문학은 기술 문명의 나침반입니다. 인문계 학생에게는 비판적 사고와 새로운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 데이터와 AI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결합한 융합 역량이 필요합니다. AI 윤리,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경제 같은 문제들은 어느 하나의 학문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문학과 공학이 공동으로 질문을 설계하고 해법을 탐색해야 합니다. 교양교육도 단순한 기초 과목 나열이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갈 시민으로서의 인문적 사고, 데이터 이해, 글로벌 시민의식을 함께 키우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AI 시대에 맞춘 대학교육 변화 요구도 높습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의대 쏠림 현상은 쉽게 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한 진로 문제가 아니라, 과학이 만들어내는 가치와 기회를 학생과 사회가 아직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술이 실제 세계를 바꾸는 경험을 학생들이 직접 해봐야 합니다. 캡스톤 디자인(전공지식·이론을 기반으로 산업체·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창의성·실무·리더십 등을 키우는 정규 교과목), 산업 연계 프로젝트, 창업 교육이 그 도구입니다. 단순 정보 생성을 넘어 문맥을 이해하고 개인화된 지원을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열렸고, 로봇과 결합한 피지컬 AI도 현실 세계로 들어오고 있잖아요. 이런 변화를 교육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면, 공학은 의학 못지않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공학 인재가 연구자·기업가·기술 정책 리더 등 다양한 경로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태계가 있어야 합니다.”

-대학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환돼야 AI 시대에 제대로 대비할 것으로 보십니까.

“크게 세 가지 축입니다. 첫째, AI·데이터 리터러시를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의 기초 역량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로는 의학·인문사회·디자인 등과 교류하는 융합 교육 모델의 확대입니다. 셋째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AI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면 기술은 물론 인문학도 매우 중요하죠. 인재를 키우는 대학의 혁신 동력은 결국 산업현장과 사회문제 해결의 현장이라는 사실에서 나옵니다. 이를 위한 대학 투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강화돼야 하는 이유죠.”

-연구 중심 성과와 산업 인재 양성이라는 두 가지 역할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기초 연구와 현장형 인재 양성이라는 공대의 두 축은 대립하는 과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선순환 구조가 될 때 서로를 강화합니다. 교수의 연구 프로젝트에 학생이 참여하고, 그 성과가 산업 협력으로 이어지며, 현장 문제가 다시 연구 주제가 되는 구조이죠. 여기에 더해 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고령화, 디지털 격차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이제 공학의 영역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 도구로서의 공학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초 연구의 저력과 산업 현장과의 밀착을 동시에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세계 무대에서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현장형 실습교육을 강화하고 창업 등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 대기업과의 협업 플랫폼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공과대학장 재임 기간에도 일찌감치 그런 부분에 집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학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연구 경쟁력 강화와 교육 혁신의 동시 추진이었습니다. 유휴 공간을 재설계해 강의실·공동실험실·학생 자치 공간을 확충했고, 기업산학연협력센터를 중심으로 iPBL(Industry PBL)과 gPBL(Global·Government PBL), rPBL(Region PBL) 프로그램을 강화했습니다. 학생들이 실제 기업·기관 현안을 다루는 경험을 쌓도록 하기 위해서죠. 특히 공대 설립 60주년 기념행사에 공을 들였는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창규 전 KT 회장, 곽노정 SK 하이닉스 사장, 조장희 고려대 석학교수 등을 초청해 학술강연 시리즈를 진행했습니다. 한예종 음악원 등을 초청한 음악회나 미래 포럼 등 다채로운 행사도 1년에 걸쳐 했어요. 이렇게 영역을 넘나들며 네트워크를 넓히다 보면 큰 화제였던 ‘깐부치킨 회동’처럼 우리 고려대에서의 ‘삼통치킨’ 회동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간 격차 해소도 난제입니다. 강원의 교육·연구 생태계에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요. 고려대와 강원지역 대학간 협업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제안 부탁드립니다.

“지방과 수도권 대학의 격차는 대학 자체의 문제이기 이전에 지역 산업과 연구 생태계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해법도 대학이 아닌 지역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면서 찾아야 합니다. 강원은 청정에너지, 바이오헬스, 친환경 데이터센터, 관광 기술 등 독자적 강점의 산업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지역 특화 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수도권 대학과의 공동 연구센터·공동 대학원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와 지식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려대와 강원지역 대학 간 협력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공동 연구과제 수행, 대학원생 교류, 산학 프로젝트 연계 등은 단기적으로도 실현 가능한 모델입니다. 결국 지역 대학이 수도권 대학의 ‘분점’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강점으로 차별화된 대학이 돼야 합니다.”

-반도체 기업, AI 데이터센터 유치 등을 놓고 지역별 경쟁이 치열합니다. 강원지역에 조언해 주신다면.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냉각·부지·네트워크가 핵심 입지 조건입니다. 강원은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 넓은 부지,재생에너지 잠재력이라는 구조적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곳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조건이죠. 전략의 핵심은 ‘친환경 데이터센터’라는 포지셔닝입니다. 탄소 중립 요구가 강해지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는 비용 문제를 넘어 ESG 전략과 직결됩니다. 강원이 이 위치를 선점한다면 지역 에너지 산업과 데이터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중간 치열한 AI 경쟁 속에 한국의 산업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미중 AI 경쟁은 기술 경쟁인 동시에 산업 표준과 공급망을 둘러싼 국가 전략의 경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에너지 효율 컴퓨팅, 정밀 로봇 등입니다.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거나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죠. 특히 AI 인프라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이 우위를 지속 강화하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동시에 특정 국가에 대한 기술 종속을 최소화하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병행해야 합니다.”

-개인적 질문도 하나 드리겠습니다. 어릴 때 고향을 떠나셨는데 춘천에 대한 기억이 궁금합니다.

“아버지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신 동문으로 강원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고, 어머니도 지역 기관장이셨습니다(부친은 강원대 초대 박물관장·의암학회장 등을 지내고 의암학술대상을 수상한 이구용 강원대 사학과 교수, 모친은 김유겸 전 춘천간호전문대학장이다). 춘천초 68회인데 약사리 고개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죽림동 성당 언덕길 도랑이 얼면 좁은 수로를 따라 얼음을 지치며 내려갔고, 봉의산에 냄비뚜껑 쓰고 올라가 전쟁놀이도 했죠. 중앙시장 박스를 가져다 딱지 접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개구쟁이라 매일 혼났지만 늘 신났죠. 춘천 얘기만 나오면 설렙니다. 어린시절의 푸른 기억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좋습니다.” 김여진 기자

■ 이해근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한국 공학교육을 이끌며 인재양성 정책을 설계해 온 교육자이자 연구자. 춘천 죽림동 태생. 춘천초교를 다니다 서울 미동초교·경서중·한성고와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일리노이대(시카고)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MIT에서 10년간 근무하고 모교 고려대 신소재공학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공과대학장과 공학대학원장, 테크노컴플렉스원장,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등을 지내면서 공학교육 혁신을 이끌었다. SCI 논문을 270편 이상 게재했고, 80여 개의 특허 및 4억원 이상의 기술이전 성과를 보유중이다. 고려대 재직중 석탑강의상을 5번, 석탑기술상을 2번 수상했다. 2015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됐다.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미래인재특별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과학기술인재 육성 방향 등 고등교육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고려대 #연구자 #인문학 #이해근 #신소재공학부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