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주유소 못 가나요?”…고유가 지원금 주유소 제한 두고 '갑론을박'

황의재 기자 2026. 4.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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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기준 따른 결제 불가 '혼선'
수익 구조 미반영 산정 방식 논란
소상공인 보호 취지 무색한 갈등
"현장 실정 반영한 제도 보완 필요"
28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주유소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황의재 기자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우선 지급이 시작된 가운데, 광주에서도 30억 이상 매출 주유소 지원금 사용 제한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고유가·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정책 취지와 유류비 부담 완화라는 현실적 구제가 충돌하면서 혜택을 받는 시민들과 주유소 업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주유소 310곳 중 고유가 지원금 결제가 불가능한 '연 매출 30억 원 초과' 매장은 93곳이다.

"집 앞 주유소 두고 원정 주유"… 현장 곳곳 혼선
당장 훌쩍 올라버린 기름값 부담을 덜고자 했던 시민들은 평소 다니던 단골 주유소를 놔두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처지다.

28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일대에 매출이 30억원 이상인 한 주유소. 평소처럼 주유 하러 방문한 시민들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해당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듣자 당황한 표정을 내비쳤다.

주유소 인근 주민 박정호(68)씨는 "집과 가까운 주유소들은 상생카드나 온누리상품권도 안 돼서 멀리까지 원정 주유를 다니는 형편이다"며 "고유가 지원금이라면서 정작 주유소에서 쓰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기사 최모씨는 "운행 노선상 동선이 맞아 매번 여기서 기름을 넣는데 정작 지원금은 쓸 수 없다니 막막하다"며 "사용처 목록을 인터넷에서 찾기도 어려워 기사들끼리 직접 정보를 공유해야 할 판"이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사용 제외 주유소 업계 "수익 구조 무시한 역차별"
가맹점에서 제외된 주유소 업계도 매출액 30억원이라는 일괄적인 잣대가 주유소의 수익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역차별이라고 항변한다. 주유소는 판매가에서 유류세, 카드 수수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해 실질적인 영업이익 대비 매출 규모 크게 잡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한 주유소 업주는 "고시가에 맞춰 기름을 떼어오고 카드 수수료 1.5%를 제외하면 리터당 마진이 거의 없거나 마이너스인 상황이라 "차라리 안 파는 게 이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며 "단지 매출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금 사용마저 막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근처 동료 사장님도 오르는 기름값에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가능매장을 알리는 스티커와 사용 카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영세 주유소 반발 "골목상권 살리기 취지 우선"
반면 현재 고유가 피해지원금 결제가 가능한 영세 주유소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30억원 매출 제한 규정을 해제할 경우 동네 상권을 살리자는 본래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원금 가맹점으로 등록된 남구 소재 주유소 사장은 "시민들이 불편해하는 건 이해하지만 제한을 아예 풀어버리면 누가 굳이 동네 구석에 있는 작은 주유소를 찾겠느냐"며 "당연히 부대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주유소나 대로변 매장으로 손님들이 다 몰려갈 게 뻔하다. 골목상권 살리겠다고 만든 정책인데 그나마 있는 매출 허들마저 없애버리면 영세 주유소들은 고유가 사태 속에서 다 문을 닫으라는 소리다"고 토로했다.

갈등 해소할 수 있는 제도 보완 필요
전문가들은 지원금의 정책적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업종마다 상이한 수익 구조와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산정된 기준으로 취지에 맞지 않는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정환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 피해 지원금은 취약계층 보호라는 본래 취지에 충실해야 하지만 현재의 일률적인 매출 제한은 주유소 업종의 특수성을 간과한 측면도 있다"며 "시민불편과 역차별, 영세 사업자 보호 논리가 팽팽히 맞서는 만큼 정책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는 이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실질적이고 정교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