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아파트 거품 항공유 된 빌라 포비아
대체재 잃은 수요 아파트 집중
보증보험 규제가 월세화 부추겨
빌라 신뢰 회복이 집값 안정 키

서울의 어느 평범한 퇴근길, 출출한 배를 달래주던 동네 어귀의 '지성 아빠네 분식집'. 비록 특급 호텔의 셰프가 말아주는 프리미엄 김밥은 아니지만 주머니 가벼운 사회 초년생에게 든든한 '베이스캠프'였다. 언젠가 강남의 번듯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써는 날을 꿈꾸며, 잠시 머물다 가는 고마운 정거장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괴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집 김밥 먹으면 배탈 난다더라", "심지어 주인아버지가 재료비를 떼먹고 도망갔다더라"는 흉흉한 뉴스(전세사기)가 골목을 뒤덮었다.
사람들은 배탈 날지 모를 김밥 대신, 한 끼에 수만원씩 하는 백화점 푸드코트의 파스타나 스테이크(아파트)로 몰려간다. 단지 '김밥이 독약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의 집값 소동은 실은 '김밥의 멸종'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늘 "아파트가 모자라서 난리"라고 떠들지만, 진짜 비극은 '선택지의 실종'에 있다. 서울 주택 시장에서 '빌라'는 오랫동안 아파트로 가기 전의 완충지대였다. 가격 낮고 진입 문턱 낮으니 시장의 팽창 압력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그런데 '전세사기'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자, 이 스펀지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제 빌라는 시장 전체가 '가까이 가면 코 베이는 곳'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셈이다.
경제학 교과서에선 수요와 공급의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가르치지만, 현장의 공기는 전혀 다르다. 지금 작동하는 건 '집단적 공포'다. <리얼리티 트랜서핑>의 개념을 빌려오자면, 빌라 시장에 '불안'이라는 과도한 에너지가 응축되면서 거대한 '잉여포텐셜'이 형성됐다. 이 에너지는 균형을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튀어 오르는데, 그 종착역이 바로 '소형 아파트'다.
서울에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생존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밥이 막히니, 비싸더라도 확실히 배탈 안 날 스테이크(아파트)로 수요의 쓰나미가 덮친 것이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건 주변의 징검다리가 모조리 끊긴 덕분이다.
선한 의지가 만든 주거 사다리 붕괴
정책 당국의 '선한 의지'가 코미디를 완성한다. 정부는 세입자를 보호하겠답시고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 베이스로 깐깐하게 조였다. 위생 점검을 강화해 시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는 동네 분식집들에게 "호텔급 위생 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영업하지 마라"고 윽박지르는 꼴이 됐다.
보증금 구조가 안 나오니 전세는 씨가 마르고 그 자리를 월세가 차지한다. 다달이 나가는 월세에 현금이 마른 세입자들은 역설적으로 "이럴 바엔 영끌해서라도 아파트 전세로 가겠다"며 다시 아파트 줄 뒤에 선다. 위험을 억제하려던 장치가 도리어 아파트 시장에 항공유를 들이부은 셈이다.
지금 서울의 문제는 주거의 사다리 자체가 단선화된 데 있다. '빌라·나홀로 아파트·대단지 아파트'로 이어지던 생태계가 파괴되니,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판왕을 노리거나 월세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이런 구조에선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길 바라는 건 기우제 지내는 것보다 어렵다. 뒤에서 밀어 올리는 절박한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라는 시소가 평형을 찾으려면 처방전은 명확해야 한다. 세입자에겐 "김밥 먹어도 배탈 안 난다"는 확신을, 공급자에겐 "김밥 팔아도 남는다"는 계산기를 돌려줘야 한다. 한쪽만 건드리면 에너지는 다시 기괴한 형태로 분출된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아파트값 상승은 선택지가 사라진 절벽 끝에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찾아낸 '슬픈 균형'이다. 스테이크 가격을 잡고 싶다면, 골목길 김밥집의 방역부터 정상화하는 게 순리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동명 저서에서 주창한 개념이다. 특정 대상에 과도한 에너지가 쏠리면 '잉여포텐셜'이 발생하며, 자연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반대 방향의 힘을 작용시킨다는 이론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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