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박뱅과 친구들 “우리 계속 야구하자”
“방송보다 현장서 후배들에 도움
최형우·강민호와 오래전 약속”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는 다른 길을 택했다. 방송이 아닌 지도자의 길이었다.
박병호는 지난해 11월 키움 잔류군 선임코치로 합류해 젊은 선수들과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현역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였던 그는 은퇴 직후 곧바로 현장으로 돌아왔다.
박병호 코치는 지난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고민이 있었다. 방송 일을 하더라도 결국 현장으로 돌아와 지도자를 하게 될 것 같았다”며 “원래부터 지도자가 꿈이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빨리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랜 선수 생활 뒤 야구와 잠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지만, 박병호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스트레스도 많고 야구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지도자를 하면서 선수들과 다시 야구로 호흡하고, 도움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동료들과의 약속도 있었다. 박병호는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 강민호와 은퇴 후 진로에 대해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셋이 만나 방송보다는 지도자의 길을 가자고 약속했다. 내가 먼저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웃었다.
지도자로서의 하루는 선수 시절처럼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오전 6시에 출근해 잔류군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박 코치는 “처음에는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칭찬과 격려다. 잔류군 선수들은 1군과 2군 진입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만큼 심리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코치는 “잔류군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칭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내가 맡은 역할이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2군에 올라가 좋은 모습을 보이거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할 때 지도자로서의 책임감도 커진다. 그는 “선수들이 힘든 게 있으면 이야기해주고 영상을 보내기도 한다”며 “그럴 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박 코치가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2005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초반에는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11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한 뒤에야 잠재력을 꽃피웠다. 밑바닥부터 올라온 경험은 지금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 코치는 “나는 처음부터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서 잔류군을 맡고 싶었다”며 “미국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가깝게 소통하는 모습을 봤다. 나 역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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