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16년…검찰은 묻고, 특검이 파헤치고, 법원에선 뒤집혔다
종합특검, 검찰 수사 무마 의혹 수사…김 여사 측은 대법행 예고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4월28일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징역 1년 8개월보다 형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통정매매에 가담한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주가조작 사건을 넘어 검찰의 존립 근거 자체를 흔들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가조작 공범들은 일찌감치 모두 구속기소됐지만 대통령 배우자인 김 여사만은 검찰이 4년 넘게 봐주기 수사 뒤 무혐의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에서 별도 출범한 민중기 특검이 재수사 후 김 여사를 구속기소했고, 이날 법원에선 유죄가 선고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폐지 위기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부터 오늘의 선고까지, 16년에 걸친 기록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했다.
경찰 내사보고서로 의혹 포착…검찰은 수사 뭉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3년에 걸쳐 벌어졌다. 권오수 당시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이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동원해 101건의 통정매매 및 가장매매 등을 통해 2000원대 후반이었던 주가를 8000원까지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 명의의 계좌 여러 개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것이 알려졌다. 특검 수사 결과 발표에 의하면, 김 여사는 이 같은 도이치모터스 작전이 있기 직전에 다른 작전주의 신주인수권부 사채에 투자해 8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벌었고, 도이치모터스 작전 중에도 다른 작전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은 2013년경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내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최초 포착됐다. 보고서에는 전형적인 주가조작 정황이 담겨 있었으나, 당시 금융감독원이 경찰의 자료 제공 요청을 거절하면서 정식 수사로는 전환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20년 2월, 한 매체가 내사보고서를 근거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했고, 이후 2020년 4월 최강욱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 등을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 수사는 지리멸렬했고, 선택적으로 전개됐다. 2021년 10월 검찰은 권오수 전 회장을 비롯한 5명의 공범들이 전부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전주(錫主)로 지목된 김 여사는 당시 소환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특히 2022년 3월 검찰총장 출신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수사는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2024년 7월20일 김 여사 측이 지정한 제3의 장소로 출장 조사를 나가 13시간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김 여사 조사 사실을 나중에야 통보받아 패싱 논란도 일었다.
2024년 10월 1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고발 접수 4년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을 믿고 수익을 얻으려 계좌관리를 맡긴 것일 뿐,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주식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2024년 12월3일 한밤중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듬해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반전을 맞았다. 서울고검은 최강욱 전 의원의 항고를 받아들여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했고, 곧이어 국회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검사로는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지명됐다.
특검은 2025년 7월 삼부토건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통일교 본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저 등에 대한 광범위한 강제수사를 전개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김 여사에 구속영장을 청구, 8월12일 법원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영부인이 구속된 순간이었다.
특검은 8월29일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검은 특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불기소 문건을 김 여사 대면조사보다 2개월 앞선 2024년 5월에 이미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면피용 조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고, 이는 결국 검찰 조직 전체의 신뢰 위기로 번졌다. 현재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은 검찰의 김 여사 수사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은 법원에서 또 한번의 반전을 맞는다. 2026년 1월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에 맡긴 자금이 시세조종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공동정범 성립을 위한 분업적 역할 분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검은 김 여사의 3가지 혐의를 묶어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1심 선고는 한참 못 미친 1년 8개월이었다.
반면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부장판사)는 이날 김 여사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김 여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주가조작의 인식이 있었고, 주범들과 구체적인 역할을 분담했다고 봤다. 특히 김 여사가 2010년 10~11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원이 들어 있는 증권계좌를 제공하며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맡기고,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매도한 행위가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통일교 금품 수수 관련 알선수재 혐의도 1심의 일부 유죄 판단을 깨고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영부인 지위를 이용해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 여사 측이 상고 의사를 밝히면서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김 여사 측은 이날 항소심 판결에 대해 "단순한 자금 투자와 계좌 위탁 행위를 시세조종의 '공모'로 단정했다. 또한 특정 시점의 매도 행위를 근거로 통정매매를 인정한 것은 고의에 대한 엄격한 입증 없이 정황만으로 유죄를 추정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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