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허경 지맵 센터장 “AI는 인간의 미학적 이성과 윤리적 인내 필요한 새 파트너”
김허경 지맵 센터장 강연
“예술의 끝 아닌 저자성의 시작”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시민자유대학이 올해 봄학기 강좌 ‘AI시대, 인간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한 강좌에서 제기됐다.
김허경 G.MAP(지맵) 센터장은 ‘알고리즘의 미학적 풍경-AI가 예술의 언어가 되었을 때’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도구를 넘어 ‘협업자’가 된 인공지능의 현 실태와 미학, 향후 AI와 예술의 방향 등에 대해 시민들과 공유했다.
강좌를 기획한 시민자유대학 관계자는 “우리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AI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며 “시민이 기술의 속도 속에서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이번 강연에서 인공지능이 단순한 업무 자동화 도구를 넘어 스스로 예술 판단을 내리는 독립적 행위자로 진화하고 있는 현시점을 주목했다. 강연에서는 AI 예술의 역사와 선구자들인 해럴드 코헨의 ‘아론’부터 최신 경향인 레픽 아나돌의 ‘데이터 회화’, 이안 쳉의 ‘아이브 시뮬레이션’까지 주요 사례를 분석했다. 또한 레브 마노비치의 ‘선택의 자동화’와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 이론’을 현대 AI 환경에 접목해 인용했다.
김 센터장은 “규칙 기반의 기호주의에서 데이터 기반 연결주의로 진화한 AI 기술이 미디어 아트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있는 시뮬레이션’과 ‘기계의 꿈’으로 발현되는지 탐구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기술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AI가 예술의 본질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성찰하고, 창작의 주체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자는 것이 강의의 주된 의도”라고 전했다.
그는 알고리즘의 미학에 대해 데이터 물감과 인공지능이라는 ‘생각하는 붓’이 만드는 미래라고 정의했다. AI를 인간을 대체하는 위협이 아닌 인간의 감각과 기억을 확장하는 ‘협업 파트너’로 재정의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 센터장은 “과거의 컴퓨터가 인간의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인공지능(AI)은 스스로 예술적 논리에 참여하는 ‘협업자’이자 ‘행위자’로 진화했다”며 “AI 미학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인 형식과 패턴을 창출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예술의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는 의미다.
그는 ‘데이터’라는 새로운 물감과 ‘선택의 자동화’ 미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I 시대의 미학은 더 이상 캔버스 위의 물감이나 붓 터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레프 마노비치가 언급했듯, 이제 예술의 매체는 알고리즘을 학습시킨 ‘데이터’ 그 자체가 된다”며 “레피크 아나돌의 사례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인간이 보지 못했던 문화적 패턴을 시각화하고, 건축 공간을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꿈꾸게 만든다”고 김 센터장은 언급했다.
작가의 역할이 직접적인 ‘제작’에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기계의 결과물을 ‘큐레이션’하는 ‘선택의 자동화’ 관리자로 변화했음을 뜻한다.
김 센터장은 돌봄과 협업의 예술 관점에서 인간과 기계의 ‘행위자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내용도 이야기했다. AI 예술이 ‘자연미’와 ‘인간의 예술’ 사이의 제3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는 “이안 쳉의 시뮬레이션 예술이나 김아영 작가의 사변적 서사에서 보듯,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서 작동한다”며 “중요한 것은 AI가 예술적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돌봄 노동’과 미학적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기술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미학적 이성’이 기술의 방향을 안내하고 설계하는 ‘행위자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노동의 자동복제 시대와 맞물려 향후 AI와 예술의 방향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단순 반복을 넘어 미적 선택까지 자동화되는 시대에는 예술가의 ‘기획 의도’와 ‘철학적 레이어’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미래의 창의성은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어떻게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시대에 중요한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회복이다. 김 센터장은 “AI는 도구일 뿐 예술의 본질은 결국 인간 사이의 가치 공유와 소통에 있음을 인식하고, 기술을 통해 인간적 가치를 확장하는 ‘미적 이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AI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공동의 기억을 환기하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까지 창의성을 확장하는 ‘생각하는 붓’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AI가 예술의 언어가 된 시대는 예술의 끝이 아닌 새로운 저자성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는 “창작 데이터의 윤리적 활용과 공동 저작권의 프레임워크는 AI 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은 예술의 정의를 다시 쓰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 문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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