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양봉농가 벼랑끝… 농업관리체계 ‘부실’ 한몫
작년 벌 331군 중 220군 폐사 보고
반면 남양주 등록농가 해마다 늘어
농기센터 ‘0’·행정조직 미흡 실정
市 “‘도시’ 별도 과 편성 난항” 입장

‘꿀벌 입식비 직접 지원 VS 사육기술 보급’.
벌 폐사로 대책 일환으로 양봉농가의 종봉구입비 지원 요구(3월20일자 7면 보도)에 대해 구리시가 피해 원인을 기후위기 탓으로만 볼 수 없다며 ‘사육환경 개선·기술 보급’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가운데, 농업기술을 농가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지자체의 농업관리체계 부족이 한 원인으로 꼽혀 주목된다.
최근 아차산 자락의 한 양봉농가에서 만난 김용겸씨는 “십년째 벌이 죽는 중”이라고 현실을 요약했다. 양봉업을 한지 15년 정도 된 그는 80군까지 벌을 키웠다가 지난 겨울을 지나고 고작 3군이 남아 11군을 입식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용겸씨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온달농장 김광철씨는 지난해 25군 채웠던 벌이 4군만 남았다. 김씨는 “4군마저 사라지면 이제는 양봉을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벌 폐사 피해는 양봉업에 그치지 않는다. 꿀벌의 활동 영역은 2~4㎞에 이른다. 사노동에서 배 농장을 운영하는 진대근 시과수연합회장은 “벌이 크게 줄어 수분을 도와줄 모기까지 죽을까봐 살충제도 안친다”면서 “배는 벌이 없으면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꿀벌의 숫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도 3월 기준 당시 구리지역내 양봉농가 벌 331군 중 220군이 폐사한 것으로 경기도에 보고됐다. 66%의 폐사율이다. 한국양봉협회에 등록된 구리지역 농가는 15농가 정도지만, 시가 정책지원금 수령을 기준으로 파악한 양봉농가는 7곳 정도다. 숫자 차이는 사실상 사업을 접은 농가 수다.
이와달리 이웃한 남양주시는 양봉업 등록농가가 해마다 늘고 있다.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2021년 이후 등록 양봉농가가 늘어 지난해에는 17농가가 증가해 총 100농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월동 후 벌의 폐사율 관련해서도 “올해 대표 농가를 기준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높지 않았고 15~20% 수준으로 예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차이는 농업기술 전달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농업기술은 농촌진흥청-경기도농업기술원-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전달된다. 그러나 구리시에는 농업기술센터가 없다. 이를 대신할 행정 조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시 산업지원과 동물보호팀이 축산 업무 일부를 담당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정책 주 업무여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농업과학원 한상미 양봉과장은 “월동 봉군 폐사 원인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다행히 올해는 양봉농가에서 꿀벌응애와 기후변화에 대응해 봉군관리를 철저히해서 대량 폐사는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 피해가 크게 나타났지만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꿀벌 강건성 회복 다부처 공동연구사업을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연구개발된 양봉관리 기술이 양봉농가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과 전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전통양봉을 넘어 데이터 기반으로 한 양봉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술 전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는 구리의 경우 관내 농가가 1천400여 가구로 전체 인구의 1%에 그치고, 농가가 모여있는 토평동·사노동에 개발계획이 있어 도농복합지역이라기보다 ‘도시’이기에 농업기술센터나 별도의 과를 편성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병진 시경제재정국장은 “별도 조직을 둘 수는 없지만 남양주시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농촌진흥청과 연계해 전문가 컨설팅을 도입하고 교육강좌를 개설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구리/권순정 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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