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공무원도 노동자다… ‘1% 희망’을 현실로 바꾼 14만명의 뚝심
‘권익 개선’ 이끈 공주석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라디오방송 모금 광고·기자회견·정치권 설득… 3월 법안 통과
공직·노조 경험 바탕으로 인사부터 재난 대응까지 변화 이끌어
정치기본권 쟁취·연금소득 공백 해소 숙제… 제도개선 힘쓸 것

공무원은 노동자일까. 이 질문에 대한 상징적인 사건이 최근 국회에서 있었다. 5월1일 노동절에 공무원과 교사들도 쉴 수 있게 한 공휴일에관한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말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그동안 ‘근로자의 날’로 불렸던 노동절은 1994년 유급휴일로 지정됐으나 적용범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돼 공무원과 교사, 또 택배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쉴 수가 없었다. 그러다 정부 여당이 명칭을 ‘노동절’로 되돌렸고, 이번에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적용범위가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단 1% 희망이라도 있으면 행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무원들의 노동절 휴무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노동자로서 공무원의 휴무를 보장할지 여부였다. 공무원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사회의 뿌리 깊은 선입견을 허무는 게 ‘노동절 법정공휴일 지정’의 관건이었는데 법안이 통과하기까지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의 노력이 있었다.
공주석(55) 공노총 위원장은 “간절하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법안 가결 순간을 떠올렸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시군구연맹) 위원장을 역임하고 올해 1월 제7대 공노총 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공무원들의 노동절 휴무를 14만 조합원과 함께 쟁취했다.
공 위원장은 취임 슬로건으로 ‘헌법10조 공노총이 앞장선다’를 전면에 세웠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국가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국민의 권리와 관련해 가장 처음 등장하는 이 조항을 슬로건으로 한 건 ‘공무원도 사람이다’라는 선언이었다.
가야 할 길이 명확했던 제7대 공노총 집행부의 첫 과제가 바로 노동절 휴무 보장이었다. 공무원을 노동자로 인식할 것인지를 좌우하는 분수령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 시선은 이들에게 중요한 인권문제였다.
공 위원장은 “2024년 김포시에서 근무하던 청년 공무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관련법과 지침이 강화됐다고는 해도, 행정 일선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공무원이 불특정 다수의 감정 배설구로 소모되며 고통받고 있다. 공무원을 자신들과 다를 게 없는 평등한 노동자로 여기질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한 시선을 바꾸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이번 노동절 휴무처럼 공무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게 시급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초 법 개정을 통해 제헌절이 먼저 공휴일로 지정되는 바람에 노동절 휴무를 위해 법을 다시 개정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 위원장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하고 행동에 나섰다. 조합원들로부터 1천원씩 모금해 주요 라디오방송에 육성광고를 내보냈다.
공 위원장은 “방송에서 ‘공무원도 노동자다, 낡은 법을 고쳐서 공무원노동자에게 온전한 휴식권을 돌려달라,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질 때 더 나은 행정서비스가 시작된다’는 내용의 연설을 3월 한 달 간 출퇴근시간에 호소했다”며 “광고를 접한 국회의원실 등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반향이 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무원 노동조건 관련 법안 33건 중 통과된 게 하나도 없었다. 공 위원장과 집행부는 여야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며 노동절 휴무의 필요성을 부단히 설득했다. 그러나 노조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표하는 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3월18일. 공노총 조합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등 총 1천여명의 공무원이 국회 본관 앞에 운집해 언론의 조명이 쏟아졌다. 공무원 노동절 휴무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노조의 목소리를 대변해 법안 발의에 앞장선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인천 서을) 의원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공 위원장은 “노동의 가치는 직업과 무관하게 평등해야 하고, 민간기업이 쉴 때 관공서만 문을 열면 사회 전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걸 정부와 정치권도 점차 수긍해갔다”며 “3월31일에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현장을 참관했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찼다”고 했다.

공 위원장은 지난 1996년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2015년부터 5년간 천안시청공무원노조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 인사에 조직 내 불만이 극에 달하던 때 노조에 뛰어들었다”며 “희망보직제와 직렬 승진소요연수 공개 등 구조 개선을 추진해 인사 관련 잡음이 현저히 줄었고, 천안시의 청렴도 평가가 5등급에서 2등급까지 올라갔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노총 제도개선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시군구연맹 사무총장으로도 6년간 일했다. 이 시기 공무원 선거수당이 8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됨과 동시에 선거 이후 특별휴가를 주는 지방공무원법 복무규정 개선을 이끌고, 가축전염병 사태에서는 전국적인 수의직 인력 보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 위원장은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확산 초기에 공무원들이 직접 살처분에 동원되거나 무리하게 비상근무를 서면서 행정공백이 발생하고 있었다”면서 “전문인력 보강을 계속 건의한 끝에 전국 지자체에 가축예방팀이 생기고 수의직이 300명가량 충원됐는데, 사후대응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돌이켰다.

공 위원장은 아직 할 일이 많다.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쟁취’와 ‘연금소득 공백 해소’가 현재 진행 중인 숙제다.
공 위원장은 “3공화국 시절인 1963년도에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정치기본권을 박탈당했다. 우리가 정치기본권을 요구하는 건 그때 빼앗아간 걸 돌려달라는 것”이라며 “공무원노동자들에게 정치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 있어 각인(개개인)의 기회를 균등히 한다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환경이나 교육, 건설, 여가 등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게 정치인데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거기에 관여할 수 없게 만든 건 너무 불합리하다”고 부연했다.
공 위원장은 또 “2015년에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될 당시엔 2022년쯤 정년이 연장될 거란 전제하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는데 이후 정년은 연장되지 않고 연금소득 공백만 발생했다. 96년 이후 입직한 공무원이 2022년 이후 퇴직하면 연금이 61세부터 나오고 올해 퇴직자부터는 62세, 2033년부터는 65세부터 연금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공무원들은 기초연금 34만원도 못 받는데, 소득공백이 불가피한 공무원이 퇴직이 다가오면 행정에 집중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연금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나라는 OECD에서 우리뿐이다. 지난해 대정부교섭에서 인사혁신처장이 노력하겠다고 서명한 만큼, 연금소득 공백 해소방안이 속히 마련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를 뜨기 전, 그가 인터뷰 내내 반복했던 ‘공무원노동자’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공무원은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헌법에 명시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들의 땀과 헌신에 ‘국가가 답해주십시오’라고 우리가 외치는 이유입니다.”
■공주석 공노총 위원장은?
▲2015~2019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제2~4대 위원장
▲2016~2019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제3대 사무총장
▲2017~2022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도개선위원장
▲2019~2022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제4대 위원장
▲2022~2025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제5대 위원장
▲2026~ 현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7대 위원장
글·사진/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김우성 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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