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흔든 '재생원료 100%' 페트병… 매대 꽉 차려면 관건은 비용
나프타서 뽑는 플라스틱 감축 목표 확정
2030년 배출 전망치의 30% 줄이기로
페트병 4년 후 재생원료 30% 사용 목표
"신재-재생재 가격 차 보전 방안 검토 중"
환경단체 "강력한 제도 마련은 빠져" 비판

28일 부처 현안 보고가 한창이던 국무회의장. 이재명 대통령이 페트병 하나를 들어 보였다. 보고자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올려둔 '재생원료 100%' 음료 페트병이었다. 앞으로 이 페트병처럼 석유에서 뽑아낸 나프타 대신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높인 플라스틱 제품이 생활 곳곳에 자리할 전망이다. 특히 페트병의 재생원료 의무 비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관건은 기존보다 높아질 제조 비용에 대한 지원책이다.
기후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탈(脫)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와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목표는 4년 뒤인 2030년, 나프타로 만든 신재(新材) 플라스틱 폐기물량을 기존 예상치보다 30% 이상 줄이는 것이다. 2024년 생활·사업장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780만 톤인데 2030년에는 예상 배출량(1,000만 톤)보다 30% 감축(700만 톤)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100만 톤, 재생원료 플라스틱을 사용해 200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이 꼭 써야 하는 제품인지부터 면밀히 따져 종이 등 대체재 사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플라스틱을 쓰더라도 최소화하기 위해 폐기물 부담금을 제품 특성에 따라 차등화한다. 이 부담금은 2014년 이후 12년째 ㎏당 150원으로 일률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제품 수명에 따라 부담 수준을 달리하고 재생원료를 썼을 땐 부담금 감면율을 더 높이기로 했다.
식품·화장품 용기도 재생원료 사용 유도

나프타 수급 불안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재생원료 사용 목표치도 높였다. 올해부터 국내에서 무색 페트병을 연간 5,000톤 이상 사용하는 생수·비알코올 음료류 제조업체는 페트병에 재생원료를 10% 이상 써야 한다. 2030년까지 의무 대상을 '연간 1,000톤 이상 사용 업체'로 확대하고 의무 재생원료 사용률은 30%로 높일 예정이다. 나아가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 식품·화장품 용기도 유렵연합(EU) 기준에 맞춰 재생원료를 10~30% 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문제는 돈이다. 재생원료를 만드는 비용은 일반 석유 기반 플라스틱보다 1.3~1.5배 더 든다. 국내 최초로 재생 플라스틱 원료 100%를 사용한 롯데칠성음료도 이런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이 업체는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향후 다른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우려가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신재와 재생재의 가격 차를 보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도 "재정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따라 생산자가 납부하는 재활용 분담금 중 예비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컵값 따로 표시제'는 결국 빠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책은 다중이용시설의 다회용기 사용을 늘리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우선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장례식장부터 협약을 체결해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쓰도록 하고 민간 장례식장까지 확대해 가기로 했다. 정부 청사엔 일회용 컵을 못 가지고 들어오게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넉 달 전 공개된 초안에 담겼던 '컵값 따로 표시제'는 이번 계획에서 빠졌다. 영수증에 음료값과 플라스틱 일회용 컵값을 따로 표기하는 방안이었는데 소비자의 추가 부담금이 없어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기후부 관계자는 "업계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구체적인 방법론이 빠져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한계가 있다. 이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강제로 한다는 것인지, 권고한다는 것인지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문제는 언제 어떻게,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도 강력한 제도적 틀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폐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발생 전망치 대비가 아닌 '절대량'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다회용기 사용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의 시장 진입 제한 계획도 업계 협약에 의존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규제로 작동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기후부는 개별 방안을 정교화하는 대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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