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디올백인데…면세점 815만원 vs 백화점 750만원
면세점, 달러로 가격 책정하고
당일 환율에 따라 실시간 반영
원화 약세에 백화점보다 비싸
백화점은 할인행사까지 내세워
訪韓 외국인 관광객 집중 공략
면세업계 "달러가격제 폐지를"

중동 정세 악화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백화점과 면세점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원화로 환산하는 면세점에서 원화로 정하는 백화점보다 오히려 가격이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 책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디올 미니 레이디백은 면세점(서울시내 면세점 기준)에서는 5500달러에 가격이 매겨져 이날 환율 기준 815만5950원에 판매되지만 백화점에서는 750만원에 팔리고 있다. 같은 브랜드의 스몰 레이디백도 면세점에서는 926만8125원이지만 백화점에선 84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면세점에서는 고객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백화점과 가격을 직접 비교해볼 것을 안내하는 현상도 야기되고 있다.
유통가에서는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이 단기간에 빠르게 오른 환율과 함께 면세점·백화점의 가격 기준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 면세점 가격은 달러로 책정되고 소비자가 내는 원화 금액은 그날 환율을 반영해 결정된다. 이에 비해 백화점은 분기·반기 단위로 원화 가격을 고정한다. 따라서 달러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 면세점의 원화 가격은 즉시 오르지만 백화점은 다음 가격 조정 때까지 그대로여서 이 시차가 가격 역전을 만든다. 이 같은 가격 움직임은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89%나 늘었다. 올해 1분기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웃도는 등 고환율이 지속됐다.
환율이 상대적으로 하락세였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외국인 매출 증가율이 비교적 낮았지만 상승세였던 하반기에 더욱 오르는 모습도 백화점에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35%와 25%에 머물렀지만 3분기와 4분기에는 45%와 50%로 올랐다가 그 신장세가 올해 1분기에는 더 커졌다.
특히 원화 약세로 해외 명품 브랜드 상품을 국내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수요가 많아져 명품·럭셔리 주얼리 카테고리 매출 성장률이 치솟았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매출 중 명품 분야는 132.1% 신장했고 럭셔리주얼리도 81.4% 증가했다.
반대로 면세점 업계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2월 기준 면세점 전체 매출은 약 962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에는 1조원을 넘겼지만 월 1조원 매출 벽이 붕괴된 것이다. 2024년에는 매출이 14조2249억원이었지만 2025년 12조5337억원으로 줄었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많아지고 있지만 그 특수 효과를 백화점이 주로 누리고 면세점은 소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은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대상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내려온 현재 중동 전쟁 여파로 1538원까지 치솟았던 4월 초보다 내국인 객단가가 약 14%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고가 시계·보석·럭셔리 패션 등 상품 단가가 높은 카테고리일수록 환율 민감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에서는 가격 책정 구조를 원화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달러 가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원화 기준으로 브랜드 본사와 협상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환율 1300~1350원을 가격 역전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환율은 이를 100원 이상 넘어선 수준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달러 기준 가격제도는 1979년 외화 획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도입돼 유지되고 있다"며 "주요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있지만 한국이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산망 등을 달러에서 원화 기준으로 바꾸는 비용을 부담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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