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경련과 구토·변비 70대男...96% 무증상 ‘선천성 기형’ 탓?

김영섭 2026. 4. 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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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창자 벽에 곁주머니(게실) 생기는...선천성 기형 ‘메켈 게실’로 장 막힘(폐쇄)과 꼬임(염전) 발생
나이 든 남성이 복부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평소 고혈압을 잘 관리하며 지내던 72세 남성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이틀 간에 걸쳐 복부 중앙(배꼽 주위)에 심한 경련과 함께 통증을 느끼고 배가 더부룩하고(복부 팽만), 토하고(담즙성 구토) 변비가 심해 종합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선천성 기형인 '메켈 게실' 합병증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부학적으로 어떤 부위에 기형을 안고 태어났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사례 중 하나가 선천성 기형인 '메켈 게실'(Meckel's Diverticulum)이다.

메켈 게실은 태아 때 소화기 만드는 걸 돕는 난황관이 퇴화하지 않고 남아, 회장(소장의 끝 부분) 벽에 주머니 모양으로 툭 튀어나오는 기형이다. 전체 인구의 약 2%가 이런 기형을 안고 태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가운데 약 96%는 평생 아무런 증상도 없이 잘 지낸다. 약 4%만 장폐쇄, 출혈, 염증 등 합병증을 겪는다.

평소 고혈압을 잘 관리하며 지내던 72세 남성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이틀 간에 걸쳐 복부 중앙(배꼽 주위)에 심한 경련과 함께 통증을 느끼고 배가 더부룩하고(복부 팽만), 토하고(담즙성 구토) 변비가 심해 종합병원을 찾았다. 스리랑카 페라데니야대 의대, 캔디 국립병원 등 공동 연구팀은 이 환자는 메켈 게실(약 4cm 크기)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입원 7일 째에 퇴원했다고 밝혔다. 환자는 6주 후 추적관찰 결과, 이렇다할 증상이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례 연구 결과(Meckel's Diverticulum Causing Small-Bowel Volvulus in an Elderly Patient: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의학계에서 메켈 게실은 흔히 '2의 법칙'으로 통하는 독특한 통계적 특성을 보인다. 인구의 약 2%에서 발견되고,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부위(회장)에서 약 2피트(60cm) 이내에 위치하고, 게실의 크기가 약 2인치(5cm)이고, 2세 미만 아이에게 주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환자처럼 나이 든 사람에게도 뒤늦게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사례 속 환자 증상의 근본 원인은 메켈 게실에 연결돼 있는 섬유성 띠였다. 이 띠가 일종의 회전축 역할을 하면서 주변의 소장이 그 주위로 꼬이는 '소장 염전' 현상이 일어났다. 메켈 게실은 어린 아이에게는 위장관 출혈을 주로 일으킨다. 반면 성인에게는 이 사례의 환자처럼 장이 꼬이거나 말려 들어가 통로가 막히는 장폐쇄가 나타날 수 있으며 그럴 확률은 약 40%다.

문제는 진단의 어려움이다. 성인의 메켈 게실은 이 병만의 특별한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만으로는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연구팀은 영상 검사로 장폐쇄를 발견했지만, 그 배후에 메켈 게실이 있다는 사실은 응급 수술을 통해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복부 수술을 받은 적이 없는 환자가 갑자기 급성 장폐쇄 증상을 보인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메켈 게실에 의한 합병증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96%의 무증상자에게는 단순한 신체적 특징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4%의 환자에게는 언제든 장이 죽는 괴사나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신속한 수술이 예후를 결정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작은창자(소장) 벽에 생기는 메켈 게실이 내게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나요?

A1. 메켈 게실은 대다수가 평생 아무런 증상 없이 살아가기 때문에, 일반적인 건강검진으로는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복부 초음파나 CT 촬영을 하더라도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는 다른 장기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출혈 증상이 있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메켈 스캔'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장폐쇄나 염증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정밀 검사나 응급 수술 과정에서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2. 메켈 게실염과 게실염은 다른가요?

A2. 네, 발생 부위와 기원이 다릅니다. 보통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실염은 노화나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대장 벽이 주머니처럼 튀어나와 염증이 생긴 '대장 게실염'을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메켈 게실염은 태아 때의 난황관 잔유물이라는 선천적 기형으로 회장(소장 끝 부분)에 생긴 곁주머니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즉 주머니의 위치가 대장이냐 소장이냐의 차이가 가장 큽니다.

Q3. 메켈 게실에 의한 소장의 폐쇄 및 염전과 충수염(맹장염)은 증상이 비슷한가요?

A3. 초기 증상이 비슷할 수 있어 혼동하기 쉽습니다. 두 병 모두 복통, 구토, 발열 등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켈 게실의 위치가 충수(맹장)와 가까운 오른쪽 아랫배 부근인 경우가 많아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충수염은 주로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집중됩니다. 반면 장이 꼬이는 염전이나 장의 통로가 막히는 폐쇄가 동반된 메켈 게실은 배 전체가 더부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복부 팽만과 심한 경련성 통증이 더 두드러집니다. 정확한 감별에는 CT 등의 정밀 영상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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