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선 쏘면 식사 한번? 팬서비스와 스폰서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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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최근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이른바 '식사 데이트권'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후원이나 이벤트 당첨을 통해 BJ와 1대 1로 만날 수 있는 방식으로, 팬과 방송 진행자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오프라인 접점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 만남이 콘텐츠를 벗어나 사적 관계로 이어지는 순간,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한 걸그룹 멤버의 친오빠 A씨는 인터넷 개인방송 여성 진행자(이하 BJ) B씨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한 혐의(강제추행)로 경찰에 체포됐다. 시작은 피해자 B씨가 온라인 방송 플랫폼 숲(SOOPㆍ옛 아프리카TV)에서 진행한 장당 약 1만 원의 뽑기 이벤트였다. A씨는 500장을 한번에 구매해 1등을 차지했고 경품으로 식사 데이트권과 B씨의 셀카를 전달받았다.
이후 가진 저녁 자리에서 A씨는 "5분 거리인 우리 집에 가서 (술을) 한 잔 더 마시자"고 제안했고, 신체 접촉 거부 의사를 밝힌 B씨에게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집에 들어서자 A씨는 돌변해 신체 접촉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체포 과정에서 신체 접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강제성은 없었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에는 BJ C씨에게 후원을 계기로 성접대를 요구한 남성 D씨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C씨는 하루에 수천만원을 후원하는 D씨와 새벽 3시께 강남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 이후 C씨의 집으로 옮겨 대화를 이어가던 중 D씨는 "월 700만원을 줄테니 잠자리를 하자"고 요구했고 C씨가 이를 거절하자 "인터넷방송을 평생 못하게 해주겠다"며 "(너가) 나를 가지고 놀았다"고 협박했다.
이 대화를 녹음한 C씨는 녹취록을 증거로 경찰에 신고했고, D씨는 협박죄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 모두 고액 후원과 식사데이트, 밀폐된 공간으로 유인, 범죄로 이어지는 유사한 구조다.

팬 서비스인가 VS 스폰서인가
위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고액 후원의 대가로 이뤄지는 식사권 데이트를 팬서비스로 바라볼지 혹은 스폰서십으로 바라볼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식사 데이트권을 두고 방송 콘텐츠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1인 미디어 시대의 프리미엄 소통 이벤트로 고액 후원자에 대한 감사의 의미이자 유대감 형성의 수단이라는 것.
동시에 강요 없는 자발적 참여이기 때문에 대형 팬덤을 지닌 아이돌 그룹의 팬미팅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있다. 아이돌 팬미팅은 앨범 구매자 중 일부를 추첨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앨범 1장을 사도 당첨 확률이 존재하지만 앨범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본력이 참여 기회를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식사권 데이트와 아이돌 팬미팅을 유사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는 관계의 밀폐성에 있다. 아이돌 팬미팅은 다수가 참여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지만 식사권 데이트는 1대1 만남이자 사적 관계로 확장을 전제로 한다. 이 지점에서 식사 데이트는 더 이상 단순한 팬서비스로 보기 어렵다. 팬서비스는 통제된 환경에서 일정한 거리와 규칙을 전제로 하지만, 식사 데이트는 관계의 거리 자체를 상품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는 콘텐츠 소비라기보다 '접근권 구매'에 가깝다.
후원이 누적될수록 관계가 반복되는 구조는 식사권 데이트를 스폰서십과 유사해 보이게 만든다. 여기서 BJ는 단순히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호감이 있는 듯 행동하며 친밀감을 유지하는 감정 노동을 강요받게 된다.
일부는 거절하면 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BJ와 팬은 경제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관계다. 1인 미디어 시대의 BJ는 연예인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개인처럼 소비된다. 팬들은 더 많이 후원할수록 BJ와 더 깊이 소통하기를 원하며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후원은 콘텐츠의 대가가 아니라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도구가 된 것이다. 상위권 BJ의 경우 수입의 70~80%가 소수의 열혈팬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BJ 역시 팬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다. 거절은 후원 중단이나 악성 댓글을 남기거나, 커뮤니티에서 평판을 흔드는 방식으로 이어져 생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액 후원은 식사권 데이트에서 BJ가 범죄 위험이 있는 사적 공간으로의 유인을 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플랫폼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식사권 데이트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스폰서 관계 여부가 아니다. BJ와 팬의 친밀함이 자본으로 거래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플랫폼 환경에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 구조가 수익으로 이어진다. 관계가 밀착될수록 후원은 늘고, 이벤트는 반복된다. 반면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일은 '개인 간 문제'로 분리되며 책임에서 비켜난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위험은 개인에게 쌓이고 수익은 플랫폼에 남는다.
문제는 BJ가 사적 만남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로 이어진다. 아이돌 팬미팅은 소속사의 통제와 경호 인력, 공식 행사장이라는 안전장치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개개인 간 범죄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반면 BJ는 매니지먼트의 부재로 개인이 위험을 온전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동시에 개인 간 합의로 이루어진 식사권 데이트에서 범죄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에 방조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플랫폼은 BJ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측면에서 BJ와 고액 후원자 간 사적 접촉이 늘어나면서 성범죄 등 유사 사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식사 데이트권이 걸린 뽑기나 경매가 진행되는 날에는 단 하루 만에 수억 원에 달하는 별풍선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수수료로 수익을 얻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 차원에서 오프라인 만남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외면하면서 수익은 공유하되 사건 발생 시 법적 책임과 결과는 BJ 개인에게 떠넘기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플랫폼이 BJ를 보호하기 위한 오프라인 가이드라인 및 신고 시스템 의무화, MCN 역할의 강화, 공식 만남 장소 제공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건 더 이상 식사권 데이트를 단순한 인터넷 방송계의 오프라인 만남 문화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튜버·인터넷 방송 진행자(BJ) 등 1인 미디어 창작자로 수입을 신고한 사업자 2만4,797명의 2023년 귀속 총수입은 1조7,816억원으로 집계됐다. 그중 수입 상위 1%에 해당하는 247명의 총수입은 3,271억원으로 1인당 연평균 13억2,500만원을 번 셈이다. 거대해진 시장 규모만큼이나 그 이면의 관계 구조와 위험성 역시 공론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다.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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