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품 부족한데 여론도 싸늘…데이터센터 '삼중고'

황정수 2026. 4. 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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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6770억弗 쏟아부어도 건립 차질
빅테크 빅5, 설비투자 190% 늘 때
부품기업 투자 증가율 45% 그쳐
사용량 감당할 반도체·서버 부족
"고용 기대 적은데 전기료만 인상"
美 90개 도시, 인프라 건설 반대
< “데이터센터에 쓸 전기, 우리에게 달라” >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콘퍼런스 행사장 앞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데이터센터 확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 때문에 미국 전역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다며 ‘제2 석탄산업’이라고 불렀다. EPA연합뉴스


‘6770억달러(약 1000조원).’

올해 구글 등 5대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설비투자(CAPEX)에 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의 합계다. 2024년(2340억달러)의 약 세 배다. 이 수치는 거품론을 누르고 글로벌 AI 랠리를 이끈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최근엔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등과 관련한 반도체 수급 문제와 사회적 반대가 맞물리고 있어서다.

 ◇악화하는 컴퓨팅 파워

28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유명 AI 기업이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없애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앤스로픽은 지난달부터 ‘피크타임’(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오후 1~7시) 때 서비스 이용을 제한했다. 오픈AI는 지난달 동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 운영을 중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계열 깃허브는 지난 20일부터 ‘깃허브 코파일럿’ 신규 구독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컴퓨팅 파워’ 부족에 따른 결과다. AI 기업들은 빠르고 정확한 에이전트 서비스를 위해 텍스트덩어리(토큰) 처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소화하는 AI 서버(데이터센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궁여지책이 덜 중요한 AI 서비스를 중단하고 사용 시간에 제한을 거는 것이다.

 ◇부족한 반도체 설비투자

이를 해결하고자 5대 빅테크는 컴퓨팅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서버 등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부품이 부족해져 CAPEX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에 속한 50여 개 글로벌 부품 기업의 CAPEX 합계는 2024년 1530억달러에서 2026년 223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증가율 전망치는 45.7%다. 고객사인 5대 빅테크의 같은 기간 CAPEX 증가율(189.3%)에 크게 못 미친다.

주요 반도체 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CAPEX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그만큼 투자에 신중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AI 반도체 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의 올해 매출 전망치에서 CAPEX가 차지하는 비중이 33%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2021년께 이 비중은 50%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부품사는 과잉 생산으로 유휴 설비가 생기고 재고가 쌓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쟁점 된 데이터센터

최근 미국, 브라질, 아일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인력 고용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보다 높지 않은데 전력과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올해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미국 중부 대서양 연안 지역에서는 전기료 인상률이 최대 19%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90개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거나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외곽 도시 페스터스에서는 새 데이터센터 계획을 지지했던 시의원 4명이 최근 선거에서 모두 낙선했다. 메인주에선 주 의회가 4월 ‘2027년 11월까지 20메가와트(㎿) 이상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한다’는 요지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가시화

AI 설비 투자를 위해 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것도 여론을 악화하고 있다. 테크 기업들이 올 1분기 발표한 감원 계획 규모는 8만1747명으로 전년 동기(2만9845명)의 2.7배다.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공포가 확산하는 이유다.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BRE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신규 용량은 2024년 6350㎿에서 2025년 5994㎿로 5.6%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에서 올해 예정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40%가 일정 지연 위험에 놓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FT 등 주요 외신은 AI 투자가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오픈AI는 투자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날 “오픈AI가 주간 사용자와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세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고 보도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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