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지분 늘었을 뿐인데”… 한미반도체 곽동신의 ‘자사주 마법’ 왜 또 통했나[중기+]

홍석희 2026. 4. 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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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한미반도체]
곽동신 지분율 33.56%→33.57%… 0.01% 늘었을 뿐
고점 논란에도 오너 매수…시장에선 ‘자신감’ 해석
한화세미텍 소송·HBM4 전환 불안도 정면 돌파 의지로도 분석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의 ‘자사주 마법’이 또 통했다. 곽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미반도체 주식을 매입해 늘어난 지분 비율은 0.01%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장은 오너가 회사의 주식을 매입한 것을 두고 ‘자신감’을 넘어 ‘신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한미반도체에 대해 주가 고점 논란과 함께 TC본더 독점구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의구심, 제품 세대교체 안착 가능성, 소송 결과 등을 두고 여러 해석이 있어왔다. 시장은 여러 이슈들이 겹친 상황에서 곽 회장의 자사주 매입을 ‘자신감의 신호’로 해석했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곽 회장은 지난 27일 한미반도체 보통주 9576주를 장내매수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31만5407원이다. 매입 금액은 약 30억원이다. 이번 매수로 곽 회장의 보유 주식 지분율은 기존 33.56%에서 33.57%로 올랐다. 상승폭은 0.01%포인트다.

숫자만 보면 지배력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 곽 회장은 이미 한미반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사실상 지배주주다. 9576주 추가 매수로 경영권 구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비교적 큰 폭으로 뛰었다. 공시가 나온 당일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전일 대비 27.24% 오른 37만원을 넘었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현재 TC본더 특허 침해 소송을 쌍방간 진행중이다. 곽동신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여러 측면에서의 자신감의 표현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각 사 종합]

시장이 중요하게 본 것은 매입 시점이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HBM 열풍을 타고 이미 크게 오른 상태였다. 지난해 4월 7만원대를 오가던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해 1월 17만원을 오가는등 2배 넘게 뛰었고, 이후 HBM 열풍이 불면서 최근에는 불과 한달 사이 70% 넘게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점 부담론이 나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의 장내매수는 주가 하락기 방어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매수는 저가 방어라기보다 고점 논란을 정면 돌파한 매수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매입은 예정된 거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곽 회장은 지난 3월 30일 거래 계획을 공시했고, 전날 공시된 내용오딘 그 계획의 이행 결과다. 즉흥적 주가 부양이라기보다 사전에 계획된 오너 매수다. 다만 시장은 형식보다 맥락을 봤다. HBM 장비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바뀌는 시점에 최대주주가 직접 매수 버튼을 눌렀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반도체가 제조하는 핵심 제품은 HBM TC 본더다. ‘TC 본더’는 메모리칩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적층하는 핵심 장비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TC 본더의 중요성도 커졌다. 한미반도체는 HBM TC 본더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해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767억원, 영업이익은 251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3.6%에 달했다. 장비회사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성이다.

그러나 독점 프리미엄에는 균열 가능성도 생겼다. 잘되는 시장엔 경쟁자가 붙기 마련이다. 경쟁자는 한화세미텍이다. 한화세미텍은 HBM용 TC 본더 시장에 진입 하면서 한미반도체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먼저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한화세미텍도 한미반도체를 상대로 맞소송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소송을 단순한 특허 다툼이 아니라 SK하이닉스향 HBM 장비 공급 주도권 싸움으로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본더팩토리조감도[한미반도체]

소송 규모에서도 양측의 온도차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가액은 240억원이고, 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에 제기한 소송가액은 12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반도체 측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세종, 한화세미텍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 내부에서는 “양측 소송은 규모 면에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나온다.

두 회사가 벌이는 소송의 최대 쟁점은 HBM용 TC 본더의 핵심 공정과 장비 구조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 장비가 자사의 TC 본더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의 HBM용 TC 본더 장비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서고 있다. 한화세미텍이 문제 삼은 장비는 한미반도체의 ‘그리핀’과 ‘드래곤’ 등으로 전해진다. 특허 쟁점은 플럭스 도포 검사, 조명광 사용, 평탄화 공정 등 세부 기술에 걸쳐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곽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법정 밖에서 이뤄진 또 하나의 방어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허 소송이 한미반도체의 독점 프리미엄을 굳히기 위한 시도라면, 오너 매수는 그 프리미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시장에 알리는 메시지로 해석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후발 경쟁자인 한화세미텍의 진입으로 HBM 장비 시장이 ‘독점’에서 ‘경쟁’ 구도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장내매수는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동반했다.

차세대 장비 사이클에 대한 공개 베팅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미반도체는 HBM4 이후 세대 전환에 맞춰 ‘WIDE TC 본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HBM 적층 단수가 높아지고 칩 면적이 커질수록 기존 장비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진다. 한미반도체는 하이브리드 본더도 병행 개발 중이다. 인천 서구에는 차세대 프리미엄 HBM 생산에 대응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공시된 한미반도체 사업보고서상 7공장 투자금액은 578억2400만원이다.

한미반도체 TC 본더 그리핀[한미반도체]

곽 회장의 지분 매입이 주가를 크게 끌어올린 것은 과거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곽 회장은 2023년 이후 여러 차례 한미반도체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10월 곽 회장은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히며 주당 14만3100원 수준에서 매입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에도 지분율 상승폭은 0.03%포인트에 그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한미반도체 주가는 HBM4 장비 기대감과 맞물려 올해 4월 27일 37만6000원까지 뛰었다. 주가만 놓고 보면 14만원대에서 37만원대로 2.6배가량 오른 셈이다.

이번에도 숫자만 보면 매입 효과는 크지 않았다. 곽 회장이 27일 사들인 주식은 9576주, 금액은 30억원, 지분율 상승폭은 0.01%포인트에 그쳤다. 하지만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7.24% 급등했다. 시장은 30억원이라는 절대 금액보다 ‘곽동신이 또 샀다’는 신호에 베팅한 셈이다.

향후 남은 한미반도체의 핵심 과제는 실제 수주와 소송 결과다. 한미반도체가 HBM TC 본더 시장에서 기존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한화세미텍이 고객사 내 공급망 이원화 흐름을 타고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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