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이투지·라이드플럭스, 광주 '자율주행 대표' 선정…"기술·재정 난제는?"

대한민국 자율주행 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국가대표' 기업으로 현대자동차,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라이드플럭스가 선정됐다. 이들 3사는 광주광역시 전역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술적 미비와 천문학적인 운영비 부담으로 인해 자칫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8일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서 200대 규모의 차량을 활용해 '엔드투엔드(E2E) AI' 기술을 개발할 참여기업으로 현대차,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라이드플럭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광주 전역(500.97㎢)을 국내 최초 도시 단위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하고, 총 200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투입해 실제 도심 환경에서 기술 완성도를 검증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선정된 3개 기업은 현대자동차가 공급하는 아이오닉 5 로보택시 플랫폼을 바탕으로 각자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투입해 실증에 나선다.
정부는 선정된 기업들이 마음껏 기술을 펼칠 수 있도록 '7대 지원패키지'를 연계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여기에는 재정, 금융, 세제 지원은 물론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 기술·창업 지원과 제도 정비까지 포함된 파격적인 혜택이 담겼다. 이는 지난 15일 대통령 주재 '제1차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발표된 메가특구 구상을 선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조치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드디어 자율주행 실증도시의 첫 여정을 함께할 국가대표 자율주행 기업이 모두 모였다"면서 "우리 부의 명운을 걸고 실증도시가 대한민국 핵심 미래 전략산업을 이끄는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국토부와 현대차는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프로젝트인 'XP2'를 기반으로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도심에서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을 구현하기에는 해당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뼈아픈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사업단은 구글 '웨이모(Waymo)' 공급용으로 이미 검증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로 공급 계획을 급선회했다.
이 결정으로 하드웨어적 안정성은 확보했으나, 한국 자체의 차세대 아키텍처인 XP2가 실전 배치 단계에서 탈락했음을 방증하며 초기 실증 과정의 소프트웨어 정합성에 대한 회의론을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에이투지, 라이드플럭스 3개사 모두가 동일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플랫폼을 사용하게 됐다. 각 기업은 이 플랫폼 위에 자신들의 고유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기술력을 겨루게 되지만, 차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최적화는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현대차는 자사 플랫폼인 '셔클' 기반 호출 시스템을 지원하며 사실상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의 중추를 독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포티투닷이 개발 중인 '아트리아(Atria) AI' 역시 고차원적 E2E 시스템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플랫폼 급선회로 인해 기술적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트리아 AI는 XP2와 함께 개발이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레벨2 DCAS와 레벨4 자율주행을 동시에 개발하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웨이모나 테슬라의 시스템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자율주행 전용 차량의 제어 권한을 개방하고 API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는 시도는 긍정적이나, 이를 뒷받침할 AI 모델의 성숙도가 관건이다. 이번 광주 실증은 현대차가 과연 글로벌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췄는지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가 된다.

함께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기술적 역량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국토부는 이들이 E2E AI 기술을 선도할 것이라 발표했으나,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은 규칙 기반 방식에 객체 인식 등 일부 모듈에만 AI를 활용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자율주행 셔틀 제작 경험은 풍부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통합 AI 모델인 '완전 E2E' 구현에 필요한 자본과 고성능 GPU 확보 면에서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라이드플럭스 역시 시험운전자가 탑승한 채로 기술을 보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대규모 고품질 데이터와 처리 파이프라인이 부족한 국내 환경에서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기란 무리라는 분석이다.
미국 테슬라는 100억km 이상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고, 구글 웨이모가 수만 장의 GPU로 모델을 갱신하는 속도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학습 환경은 사실상 고사 직전이다. 중소 기업들이 겪는 자본력의 한계는 결국 기술 고도화의 병목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실증사업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는 기형적인 예산 구조다. 정부의 예산은 주로 동일 사양의 아이오닉 5 로보택시 200대 제작과 공급에 집중돼 있다. 반면 차량이 출고된 이후 도심을 주행하며 발생하게 될 천문학적인 실제 서비스 운영 비용에 대한 재정적 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로보택시는 24시간 실시간 관제 시스템 운영과 정밀 센서 보정 등 일반 택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지비가 소모된다.

실제 운영사로 선정된 기업들은 정부 예산을 전액 수령해도 각 사당 40억원 이상을 자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돼, 무리한 원가 절감으로 인해 안전 요원 감축이나 차량 정비 소홀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스타트업의 경우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당하면서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해외 선도 도시들과 비교하면 광주의 경쟁력은 더욱 초라해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웨이모는 민간 자본 기반의 지속 가능한 유료화 모델을 구축했으며, 차량 자체의 엣지 컴퓨팅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 고'는 정부의 압도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일반 택시 대비 최대 80%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객을 확보하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다.
반면 광주는 중앙 집중형인 국가 AI 데이터센터에 자율주행 연산을 의존하는 구조를 계획하고 있어, 통신 장애나 서버 결함 시 200대의 차량이 동시에 도로 위의 흉기로 변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시스템 동시 마비 사태와 비견될 수 있다. 당시 우한에서는 100대 이상의 로보택시가 클라우드 장애로 3시간 이상 극심한 교통 혼란을 야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정적 결함과 기술적 미비, 인프라 부족이 겹치며 자율주행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기술의 화려함에 매몰돼 재정적 현실을 외면한다면 광주의 200대 로보택시는 좌초의 상징으로 남게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