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엄마, 저 담배피는 언니들 누구야?’ 학교 앞 성인방송 스튜디오…막을 방법이 없다 [세상&]
법령 미비로, 구청 등 단속 못 해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성인 방송이 송출되는 스튜디오가 운영돼 경찰·구청 등 관계기관이 합동 점검에 나선 사실이 알려졌지만 제재나 대책은 마땅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은 마약사범이 가장 많이 검거되는 대표적인 지역이어서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기자가 찾은 강남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 건물. 여기엔 인터넷 성인방송을 촬영하는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청과 맞은 편에 있고 주변에는 학원과 카페, 마트 등이 있다. 다만 건물 외관만으로 성인방송 스튜디오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다.
여성 출연자들이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면서 시청자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이른바 ‘엑셀 방송’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청자가 보낸 실시간 후원금을 엑셀(Excel) 프로그램처럼 순위를 정리해 보여준다고 해서 이런 별칭이 붙었다.
방송에 출연하는 여성들이 방송용 복장 그대로 건물 밖에서 흡연하는 모습도 노출됐다. 이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출연자 지원 자격에는 여성, 만 19세 이상~40세 미만으로 기재돼 있다. 또 ▷게임대결 ▷토크쇼 ▷순위 매기기 ▷토너먼트 등 다양한 형식의 방송을 준비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인근 건물 앞에서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8/ned/20260428164637211fikh.jpg)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이모(45) 씨는 “최근에 학교에서 점검을 했다고 공지가 나왔다”며 “애들이 혹시 마주쳤을까 봐 걱정이 되는데, 뭐라고 묘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물어보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관계 기관이 점검을 벌였지만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어렵다고 한다. 강남구청과 경찰은 지난 23일 이 스튜디오를 찾아 교육환경법·청소년보호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합동점검을 했지만 주의요청에 그쳤다.
교육환경법은 학교 경계에서 직선으로 200m 이내 지역을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침해하는 영업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해당 스튜디오는 교육환경 보호구역에 속하지만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등록돼 있어 교육환경법이 정하는 제한 업종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강남구청의 설명이다.

강남은 마약 거래도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 특히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주택가는 마약을 일정 장소에 보관 후 거래하는 일명 ‘마약 좌표’가 많다. 최근 국회 이광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을 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붙잡힌 서울 자치구는 강남구(1587명)다.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해당 지역에 유흥업소 종사자가 많이 산다”며 “또 마약을 숨기기 쉬운 노후 빌라의 골목 등이 많아 마약 좌표가 있는 요주의 지역이다”라고 설명했다.
20년 넘게 해당 지역에서 공인중개사무실을 운영한 한 중개사는 “이쪽에 유흥업 종사자가 많이 사는 건 맞다”며 “이쪽에 워낙 많으니 거래를 위해 집을 보여줄 때도 낮에는 주로 자는 사람들이 많아서 못 찾아간다. 공실일 때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다”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편의점 인근에 술집이나 식당이 많거나 그렇지도 않은데, 술에 많이 취한 손님들이 많이 자주 오간다”며 “이런 환경 주변에 초등학교가 밀접해있는 건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동네 주민인 최모(43) 씨는 “이 사람들이 딱히 문제를 일으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밤늦게 문을 여는 미용실, 분장실 등을 보면 평범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해 환경에 초등학교가 노출돼 있어도 구청 등 관계기관에서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는 법에 어긋한 특정 시설만 단속하거나 계도할 수 있다”며 “구청 차원에서도 근거가 있는 시설이어야 행정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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