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억 선행매매' 재판 나선 후배 기자 "특징주 작성 지시 거절하자…"
[공판 현장] "특징주 '써보라'며 제안…통상 언론사 선배의 지시로 받아들였다"
'특징주 기사' 범행 활용 위해 '세계 최초' 등 자극적 제목으로 편집 의혹도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특정 주식을 미리 사들인 뒤 '호재성 기사'를 쓰고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선행매매'로 약 112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투데이·서울경제·서울경제TV 출신 A기자의 두 번째 공판이 지난 27일 진행된 가운데, 이날 A기자와 이투데이에서 함께 일한 B기자가 증인으로 섰다. A기자 범행에 활용된 기사가 20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B기자가 쓴 기사 900여 건이 활용됐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A기자가 특징주 기사를 자신의 바이라인으로 직접 쓰지 않고 후배를 시켜왔고, 후배가 지시를 따를 수 없는 상황이거나 지시를 거절할 경우 차명 바이라인으로 기사를 써왔던 것 아니냐는 정황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A기자는 선행매매 당시 활용 기사를 후배에게 지시하고, 후배가 기사를 쓰면 더욱 자극적으로 편집해 온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특징주 기사'가 단순 보도를 넘어 선행매매에 활용되는 도구로 기능했고, 나아가 범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헤드라인까지 자극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징주, 트래픽용으로 쓴다…A기자 지시 통상 업무인 줄”
지난 2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투데이 시절 후배 B기자는 A기자의 지시로 특징주 기사를 썼다. A기자는 B기자에 특징주 종목을 추천하면서 '이거 한번 써보라'면서 기사를 제안했고 B기자는 그것이 통상적인 언론사 선후배 관계 내에서의 지시라 생각했다. B기자는 자신의 기사를 두고 A기자가 선행매매 등 불법행위에 활용한 것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가 A기자와 함께 이투데이에 근무한 기간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다.
왜 A기자 지시에 따라 특징주 기사를 썼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B기자는 “보통 기자들은 '특징주' 기사를 트래픽용으로 쓴다. 특징주는 짧은 시간 주가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트래픽이 잘나오는 기사에 해당하며, 하루에 2~3개씩은 의무적으로 쓴다. 지금도 다른 기자들도 특징주 기사를 쓸 것”이라며 “이투데이에 처음 입사한 2년 동안은 처음 맡은 업무라 업무 파악이 어려워 A기자가 지시하는 종목 등을 기사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A기자는 저의 사수이고 나를 키워주는 선배라고 인식했다. (다른 언론사로 이직했을 때도) 선후배 사이라서 기사를 제안하면 쓸 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기자는 B기자가 쓴 '특징주 기사' 등을 범행에 활용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제목 등으로 편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A기자는 B기자가 기사를 쓴다고 하면 공범으로 유추되는 지인에게 “B가 OOO(특징주 종목 이름) 기사 쓴대”, “제목 더 섹시한 거 있으면 알려주고”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B기자는 자신의 기사를 A기자가 다른 지인에게 보내는 것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검사가 B기자에게 “A기자가 증인(B기자)의 기사를 자극적으로 편집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예를들어 어떤 표현이냐”고 묻자 B기자는 “'세계 최초'라든지 '일론 머스크' 같은,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표현들을 기사 제목에 넣었다. 그저 경쟁지 기사보다 우리 기사를 더 많이 읽히게 하려는 업무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며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지시 거부하면 차명으로 직접 써…“지시한 내용 다른 곳에서 나와 의아했다”
A기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를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바이라인을 통해 특징주 기사를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행위는 지난 1차 공판(2026년 3월23일)에서도 정황이 드러났으며, 서울경제에서도 A기자에게 차명 바이라인을 준 행위에 대해 “자회사에서 '대리송출' 아이디를 주었고 문제를 파악하고 나서는 해당 사업 계약을 종료했다”며 인정한 바 있다. 서울경제는 A기자와 영업계약을 맺고 기사 작성과 송출 권한을 부여했다. 내부 직원의 이름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차명으로 기사를 쓸 수 있게 했다.
[관련 기사: 112억 선행매매 기자, 금감원 경고에도 서울경제 '대리 송출' 지속]
이날 공판에서는 A기자가 서울경제 외에도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도 차명으로 기사를 써왔다는 의심을 받았다. 검사는 B기자에 “A기자가 차명으로 서울경제와 모 인터넷 매체인 OOO OO에서 활동하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B기자는 “A기자가 쓰라고 제안을 했던 특징주 기사를 거절하자, OOO 기자라는 명의로 (같은 내용의)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뭐지' 했다. 그런데 여러 번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답변했다.
B기자는 A기자의 불법 행위를 알고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사가 “C기자와 B기자의 대화록을 살펴보면, C기자가 'A, 아직도 이러고 있네' 같은 메시지를 보냈고 B기자는 '대놓고 한 애들 다 문제됐네요'라고 답했다. 문제를 알고 있었느냐”고 질의했고 B기자는 “당시 시점에서는 업계에 지라시 등이 돌아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C기자가 B기자에게 “작작하지”라고 하니 B기자는 “그러니까요”라고 답변한 것을 두고선 “선배인 C기자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 것이고 사실관계를 다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답하며 방조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이날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B기자에게 한번 더 증인으로 출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B기자가 쓴 기사 목록들과 A기자가 주식을 매수한 시점 등을 비교해서 명확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B기자가 쓴 특징주 기사가 배포된 시점 이전에 다른 매체에서도 비슷한 기사가 나온 정황이 있어 A기자가 B기자를 시켜 범행을 위한 특징주 기사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공판일은 오는 6월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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