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종이컵·나무젓가락 안 보였다…다회용기, 쓰레기 85%↓

정부는 28일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위해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기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겨레는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다회용기를 도입한 장례식장을 찾아 ‘일회용기 퇴출’ 현실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짚어보았다.
지난 15일 저녁에 찾은 서울시 중랑구 서울의료원 장례식장 풍경이다. 이곳의 모든 빈소(9개)에선 코로나 유행이 수그러든 2023년 7월부터 일회용기와 비닐 식탁보 같은 일회용품이 사라졌다. 식사를 마친 조문객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매니저(접객관리사)가 식기를 쟁반에 담아 치우고 행주로 식탁을 닦았다. 남은 음식물을 제거한 그릇과 수저, 컵은 전용 상자에 담아 빈소 밖 공간(약 2.5평)에 둔다. 매일 다회용기 서비스 전문업체가 사용한 식기를 수거하고, 7단계 세척을 거친 식기를 공급하고 있다.
“쓰레기가 확실히 줄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일한 김복희 매니저가 꼽은 가장 큰 변화다. 다회용기 사용 전엔 음식물이 묻은 갖가지 일회용품을 비닐 식탁보에 한데 싸서 대형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그대로 넣었다. 장례식장이 ‘일회용품 쓰레기의 온상지’가 된 이유다.
최근 들어 장례식장 내 일회용품 퇴출을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장기화로 플라스틱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강화 흐름에 맞춰 재사용 중심의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장례식장은 규제 사각지대
그런데도 다수의 장례식장은 변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소재 장례식장 60곳(438개 빈소) 가운데 6곳(53개 빈소)만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시는 기후부의 ‘다회용기 재사용 촉진 지원’ 사업으로 받은 보조금과 시 예산을 합쳐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대여·수거·세척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론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시대를 여는 건 불가능하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보면, 음식을 조리·판매하는 식품·접객업소에선 일회용기,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장례식장은 조리와 세척 시설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규제 대상이다. 기후부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 장례식장은 전체 1080곳 중 140곳(약 13%, 2020년 말 기준)뿐이다. 서울을 포함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다회용기 재사용 촉진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장례식장은 53곳(2025년 말 기준)이다. 결국 장례식장 80%가량은 일회용품 사용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1명당 식기 11종…공간·인력 필요
문혁 삼성서울병원 복지관운영팀 파트장은 “장례식장에서 하루 평균 1500인분 식사를 준비하는데 상황에 따라 조문객이 더 올 수도 있어 약 2배수의 식기를 준비해 둔다”고 했다. 이 장례식장은 내부에 세척 시설을 설치해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장례식장이 다회용기 사용에 앞서 고민한 건 공간 확보다. 사용 전과 후 식기를 보관할 곳이 따로 있어야 한다. 빈소별 식기 관리와 운반을 위해선 인력이 더 필요했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접객관리사에겐 다회용기가 달갑지만은 않다. 일회용기보다 손이 더 가고 무겁기 때문이다. 일회용기 사용 장례식장이 다수다 보니, 다회용기 사용하는 곳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두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공급하는 ㈜더그리트의 양우정 대표는 “서울의료원에서 쓰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는 일회용기의 약 10배, 삼성서울병원에서 사용하는 멜라민 소재는 폴리프로필렌보다 약 1.4배 무겁다”고 설명했다.

너무 저렴한 일회용품 소비·폐기 비용
일회용품 쓰레기 배출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이런 대목은 비용에 반영되지 않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품을 줄이려면 생산과 사용 비용을 높여 선택을 불편하게 하는 한편, 다회용기라는 대체재가 있는 장례식장에선 곧바로 사용 금지 정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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