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는 복합개발 프로젝트…지금이 투자 적기"

정유선 기자 2026. 4. 28. 16: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영대 EY한영 산업연구원장 인터뷰
"러시아, 자본·기술·운영노하우 가진 한국의 참여 기대"
"부산항 등 북극항로의 허브항구 준비해야"
"AI, 컨설팅 업계 판도도 바꿔"
권영대 EY 한영 산업연구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 49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북극항로를 단순 항로로만 봐선 안됩니다.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합니다.”

최근 러시아를 직접 다녀와 북극항로 관련 다수의 보고서를 낸 EY한영의 권영대(49)산업연구원장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국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EY한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고객사는 물론 대외적으로 국제 정세, 최신 산업 트렌드를 분석, 제시하고 있다.

최근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대체 항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권 원장은 “북극항로를 둘러싼 국내 논쟁이 단순히 항로로서의 경제성 논란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지경학적 구도가 안정적일 때는 경제성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북극항로는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 리던던시(이중화)측면에서 재조명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지난해 말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의 초청으로 직접 러시아를 방문해 북극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는 “러시아를 직접 다녀와 보니 러시아 입장에선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같이 지역을 연결시켜 개발하겠다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기업인 로사톰이 북극항로 사업권을 갖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보니 북극항로는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라 러시아 내륙 자원을 북극해로 실어 나르고, 이를 대형 선박으로 환적해 수출하는 입체적인 ‘River-Sea’ 복합 물류망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특히 “서방의 제재로 유럽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경쟁자 공백이 생긴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면서 “러시아 역시 한국을 ‘선도 참여자’로 언급하며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특별히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보는 이유에 대해선 “지리적 역사적 외교적 배경도 있지만 무엇보다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 자본, 제조 기술과 운영 노하우인데 이 세가지를 다 갖춘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와 연결하는 최단거리에 있는 항구들이 한국에 많은 만큼 부산을 비롯한 국내 항구들은 북극항로의 거점 항구(허브항구)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권 원장은 말했다. 그는 “이건 국내 경쟁이 아니다. 중국 상하이, 일본 요코하마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부산의 경우 신항에만 8개 터미널이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운영 노하우가 굉장히 높은 수준인데 이를 기반으로 러시아와 협력 투자하게 됐을 때 허브항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극개발 프로젝트라는 건 러시아로부터 자원을 받고 우리의 자본과 운영 노하우를 공급해주는 방식일 텐데 ‘우리는 물류만 이용하겠어’ 이런 건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이는 어느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범산업적으로 혹은 ‘팀 코리아’가 같이 움직여 협력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언론홍보학과를 졸업한 권 원장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비즈니스 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에 컨설팅업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는  “컨설턴트가 줄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이 생각보다 매우 크다”며 과거 2005년 인터넷 서비스 후발주자였던 통신사와 함께 일하며 한국의 초고속 통신망 대중화를 앞당기게 된 일 등을 소개했다.

이후 인터브랜드 컨설팅 본부장, 롤랜드 버거 파트너를 거쳐 2019년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에 합류했다. EY한영의 모빌리티 섹터 리더로 일하다 2024년 산업연구원장을 맡게됐다. 비즈니스 컨설팅만 24년째라는 권 원장은 “컨설팅 업계에서도 저보다 현장업무를 오래한 분은 없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매일 새로운 분들을 만나 산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류로 떠오른 AI(인공지능)는 컨설팅 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고 한다. 그는 “AI가 1차 데이터 조사를 해주니 효율성이 높아진 측면이 있는 반면 이제 고객들도 그 정도는 하다 보니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통찰력과 결과물을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론 AI가 해줄 수 없는 통찰력, 그리고 사람 간의 기술, 네트워킹 등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그런데 역으로 이런 통찰력은 저연차에서 서류작업도 해보면서 생기는 역량들인데 이걸 AI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이런 기술을 가질 경험과 기회가 생기겠느냐는 것이 업계 딜레마”라고 말했다.

권영대 EY 한영산업연구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 49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