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차기 총리로 알자이디 지명···미국 압박 속 ‘친이란 인사’ 대신 ‘정치 신인’ 선택

차기 이라크 총리로 사업가 출신의 정치 신인 알리 알자이디(40)가 지명됐다. 애초 이라크 시아파 진영은 친이란 성향의 인사를 내세웠지만, 미국이 반대하자 제3의 인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니자르 아메디 이라크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의회 최대 정파의 후보인 알자이디에게 차기 정부 구성 임무를 맡겼다”고 밝혔다. 앞서 집권 시아파 연합인 조정프레임워크는 알자이디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바 있다.
알자이디는 알자누브 이슬람은행 회장이자 TV 채널을 소유한 미디어 사업가다. 그는 이라크 정부의 식량 배급 프로그램 공급 사업을 진행한 경력을 바탕으로 막판에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다만 정부 직책을 맡은 경험은 없다.
알자이디는 지명 직후 “정치·사회 세력의 공동 노력이 필요한 민감한 시기”라며 “이라크를 지역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균형 잡힌 국가로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총리 지명은 지난해 11월 총선 이후 약 5개월 만에 이뤄졌다. 조정프레임워크는 알말리키 전 총리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에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말리키 전 총리가 정부에 복귀할 경우 이라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두 차례 총리를 지낸 알말리키 전 총리는 2006년 미국의 지원으로 총리가 됐지만, 재임 기간 이란과 밀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이란 전쟁 이후 미국과 이란 모두와 정치적으로 밀접한 이라크의 외교적 딜레마는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최근 이라크에 제공하던 군사 협력과 달러 지원을 중단하며 이란과의 거리 두기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차기 총리 지명은 미국의 반발을 피하면서도 시아파 진영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려는 타협안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은 차기 총리가 자국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통제하라는 미국의 오랜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동시에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은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빚어진 석유 수출 차질 역시 해결 과제로 꼽힌다. 석유 수출 수입은 이라크 국가 예산의 약 90%를 차지한다.
차기 총리로 지명된 알자이디는 30일 이내 의회에 내각 구성안을 제출해 신임을 받아야 한다. 정부 구성에 성공하면 그는 이라크 최연소 총리가 된다. 다만 집권 연합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신임 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조정프레임워크는 329석 의회에서 과반인 175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분열된 이라크 정치 지형에서 의석수가 곧 정치적 합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아나톨루통신은 전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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