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에 인문학을 더해야 하는 이유

기호일보 2026. 4.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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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를 걷다 보면 가끔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

문제는 여전히 직업교육을 취업률이라는 숫자로 설명하려 한다는 데 있다.

직업교육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

나는 직업교육에 인문학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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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학장
강영환 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 학장
캠퍼스를 걷다 보면 가끔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 실습실에서 장비를 다루는 학생들의 표정, 늦은 밤까지 불이 켜진 기숙사의 창, 수료식을 마치고 교정을 떠나는 뒷모습들. 그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질문이 따라온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배움은 과연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가. 

오랫동안 직업교육의 목표는 분명했다. 기술을 익히고 자격을 취득하며 취업으로 연결되는 과정. 이 구조는 산업화 시대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 공식을 반복하는 건 이미 바뀐 세상을 과거의 지도 위에서 설명하려는 일에 가깝다. 지도는 남아 있지만 길은 달라졌다. 우리가 익숙하게 믿어온 경로 자체가 더 이상 유일한 길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인구 감소와 기술 혁신이 동시에 밀려오는 전환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은 노동의 의미 자체를 바꾸고 있다. 반복적인 일은 빠르게 사라지고 전문 영역조차 기술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에도 교육의 질문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이 사람은 앞으로 어디로 이동하게 될 것인가'를 함께 묻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는 여전히 직업교육을 취업률이라는 숫자로 설명하려 한다는 데 있다. 취업률은 결과일 뿐 과정이 아니다. 숫자가 올라갔다고 해서 좋은 교육이었다고 말할 순 없다. 그 사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는가,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 

현장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이동'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기술을 배우는 사람, 직장을 떠나 전혀 다른 일을 준비하는 사람,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한 번의 진입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들어가는 문은 있지만 나와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

직업교육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에서 전환을 설계하는 교육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그 배움이 다음 이동으로 어떻게 이어지느냐다. 교육이 이 흐름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개인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 

직업교육은 결국 인간을 향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다루는 용접의 불꽃 한 점, 전선 하나를 잇는 손끝, 기계를 조립하는 반복의 과정은 그 자체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더 편리하게 만들며 더 나은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어디를 향하느냐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첨단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직업교육에 인문학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속도를 늦추고 질문을 남긴다. 기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속에서 사람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묻게 만든다. 기술은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기술은 손으로 배우지만 전환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직업교육은 기계 옆에 사람을 기술 옆에 이야기를 함께 둬야 한다. 앞으로의 직업교육은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인가. 이 질문을 끝까지 붙잡는 것 그것이 지금 직업교육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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