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중인데 식욕억제제 '1년간 2500알' 처방… 의료기관 37곳 수사받는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오남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 37곳이 수사를 받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욕억제제 처방량 상위 의료기관 50곳을 지난 1월 점검한 결과 오남용이 의심되는 37곳을 수사의뢰했다"고 28일 밝혔다. 식약처는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 치 처방 자료를 분석해 처방량이 많은 의료기관을 추렸다. 이후 외부 전문가가 처방 사례별 의학적 타당성을 검토해 수사의뢰 대상을 골라냈다.
수사의뢰 대상 중에는 체질량지수(BMI)가 23.9로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 1년간 무려 펜터민 2,548개를 처방한 의사도 있었다. 일평균 7개꼴로, 안전 처방 기준(BMI 30 이상·1일 최대 1정)의 7배에 이른다. 환자 몸무게와 BMI를 아예 기록하지 않은 채 1년간 펜터민 1,890개(일평균 5.2개)를 처방한 의사도 적발됐다. 또한 마약류 취급 자격이 없는 인물이 처방전을 위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포함됐다.
펜터민 계열 식욕억제제는 의존성·금단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오남용·중독 우려가 높다. 식약처는 식욕억제제 처방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예방과 사회 재활 등의 정책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난 3년간 식욕억제제 처방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처방받은 환자는 2021년 126만 명에서 2023년 114만 명, 지난해 107만 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을 막기 위해 '처방 전 투약 내역 확인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같은 성분의 약을 여러 의사에게 중복 처방받는 '의료쇼핑'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의사는 이 제도를 통해 환자가 지난 1년간 받은 약을 확인할 수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식욕억제제 처방량이 감소 추세지만 오남용과 중독 우려가 높은 의료용 마약류"라며 "의사와 환자 모두 적절한 처방과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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