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한국 떠난다…'친환경 전환' 흐름 놓쳐 뒤처지는 일본차

김우섭 2026. 4. 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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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수입차 1위, 올해 말 철수
'탈내연기관' 속도전서 밀려

본사 69년 만의 적자도 한몫
수익성 중심 고강도 구조조정
한국, 글로벌 친환경차 격전지로
연합뉴스

일본 3위 자동차 회사인 닛산에 이어 혼다도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는 한국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데다 본사의 경영 악화로 돈이 되는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올해 말을 끝으로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신차를 판매하지 않는다. 혼다코리아는 한때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한국에서 가성비 있는 수입차로 이름을 알렸다. 2001년 모터사이클 판매를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혼다코리아는 2003년 3월부터 자동차를 판매했다. 글로벌 인기 모델인 중형 세단 어코드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에서 최초로 2008년 연간 판매 ‘1만 대 클럽’을 달성했다. 동시에 수입차 판매 1위(1만2356대) 자리에 올랐다. 혼다 열풍의 주역은 세단인 어코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R-V. 잔고장이 적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독일 프리미엄 3사(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때 1위였지만 몰락

혼다는 한동안 수입차 판매 1~2위 자리를 지켰지만, 2015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벤츠와 BMW 등 독일 브랜드가 빠르게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수입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혼다는 내연기관 차량에 매달렸다. 인기를 끌 만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내놓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는 전통의 완성차 업체가 친환경차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빠르게 변하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가 한국 시장 철수를 선택한 이유는 친환경차 전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한국은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달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4만1918대로 전체 등록 차량의 26.0%를 차지한다. 1위인 휘발유 차량(30.2%)과 4.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카(32.9%)를 합친 친환경차 비율은 58.9%에 달했다. 혼다는 아직도 순수 전기차를 한국에 출시하지 못했다. 하이브리드카 분야에서도 같은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에 밀렸다.

 ◇ 본사는 69년 만에 적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본사 상황도 한국 철수의 원인 중 하나다. 일본 혼다는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에 최대 6900억엔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혼다가 연간 적자를 낸 것은 69년 만이다. 혼다는 테슬라와 현대차그룹, 중국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게 전기차 전환에 나섰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개발에 착수했다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닥치자 다시 내연기관으로 ‘유턴’ 하면서 적자가 커졌다. 소니와 혼다가 함께 추진해 온 전기차 ‘아필라’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된 게 대표적이다. 북미에서 만들기로 한 전기차 3종 개발도 중단한 상태다.

2020년엔 닛산자동차도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2004년 판매법인(한국닛산) 설립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16년 만이었다. 일본 본사의 구조조정 차원에다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차 불매 운동 여파로 판매가 급감한 것이 철수 배경이다. 그러나 혼다코리아와 같이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지 못했고 뚜렷한 베스트셀링카도 내놓지 못한 게 철수 배경이다.

한국닛산은 중형 세단 알티마와 고성능 브랜드 인피니티 등을 앞세워 2010년대 중반까지 연 1만 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독일차 브랜드에 밀리면서 판매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국의 재규어도 한국 판매를 중단했다. 전기차 브랜드로 재단장(리뉴얼)해 판매를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졌다. 재규어 역시 판매 부진에 시달린다. 한 달에 10대도 판매되지 않을 만큼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등도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모두 내연기관 중심 차량으로, 친환경차 전환에 실패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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