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모기 극성...기후위기가 바꾸는 감염병 위험 지도

국내 모기 출현 시기는 최근 꾸준히 앞당겨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제주도에서 올해 처음으로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됐다. 이 모기는 일본뇌염을 매개한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3월 20일자로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내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일 역시 매년 빨라지는 추세다. 10년 전인 2016년에는 4월 3일에 주의보가 발령됐다. 올해보다 2주 늦은 시점이다. 해당 주의보는 일반적으로 4월 초순에 발령됐지만, 2020년 이후 올해까지 최근 7년 동안은 한 해(2022년)를 제외하면 매년 3월 말경에 발령되고 있다.

최근 다른 도시에서도 모기 관련 경험담이 자주 들린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 씨(43)는 27일 "며칠 전 새벽에 늦게 잠들었는데 침실에서 모기 소리를 들었다"며 "4월인데 모기가 날아다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앞서 3월 말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요즘 글램핑장이나 캠핑장에 모기가 있느냐"는 문의 글이 올라왔는데, "주차장에 모기가 많아 깜짝 놀랐다"거나 "어제 두 번 물렸다"는 복수의 답변이 게시되기도 했다.
버텨야 할 겨울 짧아지면서 개체 수 증가
모기는 체온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변온동물로, 기온과 습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일반적으로 25~30℃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15℃ 수준에서도 흡혈은 가능하지만 활동성은 떨어진다.
기후위기로 따뜻한 날이 길어지면서 모기 활동 기간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35℃를 넘는 폭염에서는 오히려 활동이 감소하는 양상도 함께 나타난다. 활동 기간은 길어지고 활동 시기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생태 전문가는 이런 경향에 대해 기후위기로 봄이 빨리 오면서 부화가 앞당겨지고, 가을이 늦어지면서 버텨야 할 겨울이 짧아져 전체적인 개체 수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곤충들은 저마다 견뎌낼 수 있는 '내성 온도'가 있는데, 모기는 기후변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이를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더 길어진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1년에 한 번 특정 시기에만 부화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나올 수 있는데, 월동해야 하는 기간이 짧아지고 따뜻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모기뿐만 아니라 농업 해충처럼 1년에 여러 번 발생하던 개체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흔히 미워하는 개체들 중에 발생 횟수가 늘어나는 종이 많다"고 덧붙였다.
열대·아열대 모기도 국내 발견…대응 방식 달라져야
실제로 최근 수년간 서울 등에서는 '봄 모기'뿐만 아니라 이른바 '가을 모기'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한여름 모기 활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한 뒤,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에 다시 개체 수가 증가하는 패턴으로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는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던 모기 종의 유입이 발견되기도 했다. 달라지는 날씨 패턴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실제로 서울대 생명과학부 진화·계통유전체학연구실은 2023년 8월 제주 동백동산 습지에서 동남아시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던 '숲모기'를 국내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해당 사례가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향후 유사 종의 유입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모기 활동이 길어지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과 사회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충망 점검이나 고인 물 제거 등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봄철과 가을철에도 꾸준히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앞서 지난달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모기 유충 다발생 지역 등 방역 취약 지역을 잘 선별하는 등 방제 계획을 수립하고, 종합 방제를 통해 매개 모기 밀도를 낮춰 환자 발생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밝혔다.